(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선수들이 경각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죄송스러운 마음이 경기장에서 잘 나오지 않나 생각합니다."
'대행 체제'에서 시즌 첫 연승을 거둔 전북 현대의 박원재 감독대행은 FC서울과의 원정 경기에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둔 뒤 이렇게 말했다.
전북은 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8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서울에 3-2 재역전승을 거뒀다.
1-2로 역전당하며 분위기를 내주기도 했으나 더 끈질기게 상대를 물어뜯은 전북이 승부를 다시 뒤집으며 서울 상대 무패 행진을 8년, 21경기(16승 5무)째 이어갔다.
전북은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에 단 페트레스쿠 감독과 결별했다.
이후 박원재 코치가 감독대행을 맡았다.
박 감독대행 체제가 들어선 뒤 첫 경기에서는 졌지만, 이후 시즌 첫 승을 거뒀고, 이날은 2연승을 달렸다.
전북은 지난 시즌 김상식 감독이 물러난 뒤에도 김두현 코치(현 청두 룽청 코치)의 감독대행 체제로 좋은 성적을 낸 바 있다. 김두현 코치는 전북의 차기 사령탑 후보로 거론되고 있기도 하다.
박원재 감독대행은 '왜 전북이 대행 체제에서 더 잘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페트레스쿠 감독님이 떠나시면서 선수들이 경각심을 느끼고 있다. 죄송스러운 마음이 경기장에서 잘 나오지 않나 생각한다"고 답했다.
전북 선수들 상당수는 실력 면에서 리그 최고 수준이다. 이들이 위기감과 간절함 속에 똘똘 뭉치다 보니 자연스럽게 좋은 경기력이 나온단 얘기다.
이날 서울을 상대로 재역전승을 거둔 동력도 '간절함'이었다.
박 대행은 "경기력에서 밀린 부분도 분명히 있었는데, 선수들이 후반전에 잘 싸워줬다"면서 "그런 분위기(안 좋은 팀 상황)를 선수들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승리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홈에서 2연패 한 서울 김기동 감독은 "위기의식을 가지고 일주일 동안 팀을 잘 만들어 보겠다"고 힘줘 말했다.
서울은 패배한 두 경기에서 골 운이 따르지 않았다. 상대엔 잇따라 원더골을 허용했다. 이날은 전북 전병관이 아름다운 오버헤드킥으로 서울에 패배를 안겼다.
김 감독은 "계속 운이 안 따르는 것 같다. 운도 실력이라지만, 실점하는 부분에 있어서 아쉬운 게 많다"고 말했다.
볼 처리 실수로 선제 실점의 빌미를 내준 골키퍼 최철원에 대해서는 따뜻하게 감싸 안았다. 최철원은 탄탄한 실력을 갖췄으나 간혹 큰 실수를 해 불안감을 키우기도 한다.
김 감독은 "내가 선수들을 불안감 가지고 대한다면, 믿음이 생길 수 없다. 믿고 기용한다면 선수들도 부응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철원이가 스스로 압박감을 이겨내야 한다. 좀 더 자신감을 가지고 경기에 임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