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중국 공안에 구금됐다가 10개월 만에 풀려난 전 축구 국가대표 손준호(31)가 아마추어 무대인 K5리그 팀에 입단, 복귀 발판을 마련했다.
손준호는 22일 대한축구협회 통합전산시스템에 공식적으로 건륭FC 선수로 등재됐다.
손준호의 신분을 검토한 대한축구협회가 '문제 없다'고 공식 판단했다는 뜻이다.
중국 프로축구 산둥 타이산 소속이던 지난해 5월 12일 상하이 훙차오공항에서 귀국하려다 연행된 손준호는 10개월가량 조사 끝에 석방돼 지난달 25일 한국으로 돌아왔다.
중국이 왜 손준호를 잡아갔는지, 어떤 판단에 따라 풀어줬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확인된 혐의도 현재로서는 '비(非)국가공작인원 수뢰죄'뿐이다.
이는 정부 기관이 아닌 기업 또는 기타 단위에 소속된 사람이 직무상 편리를 이용해 타인의 재물을 불법 수수한 경우 등에 적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승부 조작에 가담했거나 산둥으로 이적하는 과정에서 금품이 오갔을 가능성도 거론됐으나, 손준호 측은 의혹을 강하게 부인해왔다.
중국 당국도 혐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힌 바 없다.
돌아온 손준호가 K5리그 팀 입단을 추진하자 축구협회는 등록 심사에 들어갔고, 며칠간 검토 끝에 일단 '결격 사유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협회 관계자는 밝혔다.
K5리그는 체계상 세미프로리그인 K3, K4리그 바로 다음으로, 최상위 아마추어 리그다.
전문 선수뿐 아니라 아마추어 선수 규정에도 승부조작이나 '축구 관련 비리'에 대한 조항이 있다.
'국내 경기'에서 승부조작이나 금품 수수에 가담해 유죄가 인정되면 아마추어 선수로도 뛸 수 없다.
금고 이상 형을 받고 집행 중이거나 집행유예 기간에 있어도 안 된다. 축구 관련 비리로 형을 받았다면 집행이 끝나도 5년이 더 흐르지 않으면 뛸 수 없다.
다만 손준호처럼 우리나라 행정, 사법부 관할권 밖에서 벌어진 경우는 별도 언급이 없다.
협회는 손준호의 사례를 어떻게 평가하고 수용하기로 했는지 구체적 심사 경위는 밝히지 않기로 했다.
사법, 행정 부분과 별개로 전 소속팀 산둥과 계약상 문제는 없다. 산둥은 손준호가 구금돼 있던 지난해 여름 계약을 해지했다.
중국축구협회 역시 손준호에 대한 국제이적동의서(ITC)를 발급한 걸로 파악된다.
손준호는 서울시 용산구를 연고로 둔 건융FC에서 부담 없이 경기 체력과 감각을 끌어올리다가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프로 무대 복귀를 노릴 걸로 보인다.
승부조작이나 축구 관련 비리와 관련, 문제 없이 아마추어 선수로 등록했다면 프로 선수로 활동하는 데도 특별한 규정상 장애물은 없다.
중국으로 이적하기 직전 몸담았던 전북 현대를 비롯한 다수의 K리그1 구단이 손준호 영입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