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 베른하르트 랑거(독일)는 만 60세를 넘긴 선수만 출전하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챔피언스의 최강자다.
그는 25일 PGA투어 챔피언스 도미니언 채리티 클래식에서 우승했다.
챔피언스 투어 42번째 우승이자 최고령(64세 27일) 우승이다. 갓 50세가 된 필 미컬슨(미국)과 51세 어니 엘스(남아공) 등을 제압했다.
랑거는 60세이던 2017년에만 7승을 거뒀다. 60세가 된 뒤에 따낸 우승만 13번이다.
김종덕(60)은 한국의 랑거다.
지난 6월 환갑 생일이 지난 김종덕은 지난 21일 막을 내린 2021년 한국프로골프(KPGA) 챔피언스투어 상금왕(5천683만원)에 올랐다. 상금왕 등극도 개인 통산 세 번째다.
올해 치른 8개 대회에서 2차례 우승을 포함해 5차례나 10위 이내에 이름을 올렸다.
정규 투어에서 한국(9승), 일본(4승)을 오가며 13승을 올린 김종덕은 시니어 무대에서는 더 눈부신 성적을 거뒀다.
먼저 데뷔한 일본프로골프 시니어투어에서 4차례 우승한 김종덕은 KPGA 챔피언스투어에서 무려 13승을 쓸어 담았다.
상금왕은 2011년, 2019년에 이어 벌써 세 번째다.
김종덕과 챔피언스투어에서 경쟁한 50대 선수들은 "비거리도 만만치 않고, 경기 운영 능력은 우리가 따라서 갈 수 없는 수준"이라고 입을 모았다.
많으면 10살 어린 '젊은이'들을 압도하는 경기력의 비결을 김종덕은 "투어 선수라는 정체성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종덕은 제자가 없다. 레슨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돈을 싸 들고 와서 가르쳐 달라는 주니어 선수 부모가 많았지만, 투어 선수와 레슨 코치는 병행할 수 없더라"는 김종덕은 30년 동안 오로지 투어 선수로만 살았다.
지금도 드라이버로 270야드를 거뜬히 날리고, 4번 아이언으로 200야드를 보내는 김종덕은 특히 상황에 따른 다양한 탄도와 구질의 공을 자유자재로 때린다.
"실전을 통해 샷 감각을 유지하기에 가능한 일"이라는 김종덕은 "나는 투어 선수라는 생각을 버린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영원한 투어 프로"라고 덧붙였다.
담배는 피워본 적이 없고 술은 어쩌다 한 번쯤 한두 잔으로 그치는 김종덕은 매일 아침 일어나면 스트레칭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헬스클럽에서 운동도 빼놓지 않는다. 운동 강도는 그리 높지 않지만, 김종덕은 "매일, 꾸준히 운동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습도 거르는 법이 없다. 또 대회가 없을 때도 가능하면 코스에 나가서 라운드한다.
김종덕은 "몸 관리를 잘하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또래들보다 더 젊게 산다"며 웃었다.
김종덕이 몸 관리만큼 중요하게 여기는 건 '정신 건강'이다.
그는 "마음이 편해야 경기력도 살아난다. 행복한 가정이 내 경기력의 원천"이라면서 "손주들과 놀아주다 보면 마음이 더없이 편하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도 편한 마음으로 치러야 우승이 따라온다고 강조했다.
"버디는 언제든 나온다는 마음으로 보기를 피하는 데 주력한다"는 그는 "코스가 만만해 보일수록 느긋한 마음으로 경기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에게 아마추어 골퍼에게 주는 조언을 부탁하자 "볼에 덤비지 말라"고 충고했다.
김종덕은 "조급하게 덤비면 실수가 나오기 마련"이라며 "공을 치기 전에 한 번만 생각을 더 하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