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허윤동(20·삼성 라이온즈)은 올 시즌 첫 1군 등판에서 패전투수가 됐다.
팀이 치열한 순위 싸움 중이어서, 허윤동에게 남은 시즌 1군 등판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허삼영(49) 삼성 감독은 허윤동의 잠재력을 확인했다. 근거는 '구속 증가'였다.
6일 서울시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만난 허 감독은 "지난해 허윤동의 직구 구속은 시속 130㎞대 중반에 머물렀다. 그런데 어제(5일) 위기 상황에서 구속을 올리더라"며 "그만큼 잠재력이 있다는 것이다. 긍정적인 신호로 봤다"고 말했다.
허윤동은 5일 고척 키움전에 선발 등판해 3⅔이닝 동안 홈런 1개를 포함해 8안타를 내주고 6실점(5자책) 했다. 삼성은 2-8로 패했고, 허윤동은 패전의 멍에를 썼다.
그러나 삼성은 '미래 선발 자원'의 허윤동의 잠재력을 확인했다.
이날 허윤동의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45㎞, 평균 구속은 시속 139㎞였다.
지난해 허윤동의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41㎞, 평균은 시속 136㎞였다.
신인이던 2020년 허윤동은 11경기에 등판해 2승 1패 평균자책점 4.80을 올렸다. 5월 2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방문 경기에서는 5이닝 4피안타 5사사구 무실점으로 역투해, KBO리그 역대 9번째로 데뷔전에서 선발승을 거둔 고졸 신인으로 기록됐다.
올 시즌에는 좀처럼 1군 등판 기회를 얻지 못했다.
그러나 1군에서 보이지 않아도, 성장이 멈추지는 않았다.
허윤동은 퓨처스(2군)리그에서 꾸준히 선발 등판하며 16경기 6승 8패 평균자책점 3.97을 올렸다. 구속도 점점 올랐다.
올 시즌 삼성은 데이비드 뷰캐넌, 원태인, 백정현의 막강한 1∼3선발을 갖췄다. 최채흥과 마이크 몽고메리가 4, 5선발로 합류하면서 선발진이 꽉 찼다.
대체 선발이 필요할 때도 있었지만, 롱릴리프 자원 김대우, 이승민, 이재희 등이 허윤동보다 먼저 등판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허윤동은 서두르지 않았다.
허윤동은 "나는 내가 얼마나 부족한 투수인지 잘 안다. 1군에 올라가지 못해도 '열심히 배우겠다'라고 생각했다"며 "프로 생활을 20년 정도 하고 싶다. 은퇴하기 전에 꼭 골든글러브를 받겠다"고 '미래'를 준비했다.
허윤동은 2020년 신인왕 소형준(kt wiz)과 유신고 동기동창이다.
지난해 허윤동은 "유신고에서도 형준이가 1선발, 내가 2선발이었다. 누가 봐도 현재 스코어는 형준이가 크게 앞선다"라고 인정하며 "친구가 잘하니까 좋다. 진심으로 축하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고교 1학년 때까지 나는 평범한 선수였는데 고2 때부터 '많이 좋아졌네'라는 말을 들었다"며 "언젠가는 형준이와 당당하게 경쟁하고 싶다"고 경쟁심도 드러냈다.
여전히 허윤동은 유망주 꼬리표를 달고 있는 투수다. 그러나 올 시즌 첫 1군 등판에서 던진 시속 145㎞의 직구는 허윤동과 삼성에 희망을 안겼다.
'프로 생활 20년'을 꿈꾸는 허윤동에게는 아직 18년의 시간이 남아있다. 삼성도 기꺼이 허윤동에게 시간을 투자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