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균(오른쪽)이 지난 5월 29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자신의 은퇴 경기에서 자신의 후계자인 한화 이글스 노시환을 안아주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대전=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한화 이글스의 중심 타자 노시환(21)은 지난 8월 10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 원정경기 1-3으로 뒤지던 7회 수비에서 큰 실수를 했다.
상대 팀 김태진의 내야 땅볼을 잡은 노시환은 여유를 부리며 느릿느릿하게 송구했고, 김태진은 세이프 판정을 받았다.
야구팬들은 노시환이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며 각종 게시판에 비판의 글을 쏟아냈다.
당시 프로야구는 몇몇 선수들의 방역 수칙 위반과 2020 도쿄올림픽 노메달 충격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는데, 노시환의 플레이가 기름을 부으며 비판 여론이 더 커졌다.
그날 밤, 노시환은 한화 출신 레전드 김태균 해설위원에게 문자 메시지 한 개를 받았다.
노시환은 "'형이 크게 실망했다'고 쓰여있더라"라며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말했다.
그날 이후 노시환은 매 순간 집중력을 놓지 않았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며 포기하지 않았다.
한화가 최하위로 처지고 포스트시즌 진출이 희미해진 상황에서도 노시환은 모든 힘을 쏟아냈다.
7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홈경기에서도 그랬다.
노시환은 3-3으로 맞선 9회말 마지막 공격 1사 만루 기회에서 타석에 들어섰다.
그는 상대 팀 마무리 투수 김택형과 10구까지 가는 풀카운트 승부 끝에 좌측 대형 타구를 만들며 끝내기 희생플라이를 기록했다.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된 한화에 1승의 가치는 크지 않지만, 노시환은 경기장에 모인 홈 관중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안겼다.
그는 경기 후 "어떻게든 타점을 기록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프로 데뷔 후 첫 끝내기를 기록했는데, 평소 승리보다 3배 정도는 더 기쁘더라"라고 말했다.
그는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이유'를 묻는 말에 "시즌이 끝나는 날까지 최선을 다하는 게 프로선수"라며 "김태균 선배의 메시지를 받고 정신을 차렸다"고 말했다.
그는 "김태균 선배는 잘했을 때는 칭찬 메시지를 보내주시지만, 안일한 플레이를 했을 때는 따끔한 지적도 해주신다"라며 "지난번에 안일하게 송구했을 때는 실망했다는 메시지를 보내주셨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