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7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의 시즌 15차전. KBO리그 역대 4번째 350홈런을 결승포로 장식한 롯데 이대호가 경기 뒤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10.7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조선의 4번 타자'는 세월의 흐름을 거부했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거포 이대호가 불혹의 나이에 국내에서 가장 큰 잠실구장을 밀어서 넘겼다.
롯데는 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시즌 15차전에서 7-2로 승리했다.
앞서 오후 4시에 시작된 서스펜디드 게임 승리를 포함해 롯데는 하루에 2승을 수확하며 '가을야구' 희망을 키웠다.
6월 27일 우천 중단 이후 무려 102일 만에 재개된 서스펜디드 게임은 롯데가 3-2, 1점 차 리드를 안은 7회초 1사 2, 3루에서 시작됐다.
두산의 추격이 매섭긴 했지만, 롯데는 안치홍의 4타점 활약에 힘입어 7-6, 1점 차 승리를 따냈다.
롯데에 유리한 조건에서 시작된 서스펜디드 게임과 비교해 곧바로 이어진 15차전은 선발 매치업에서 두산에 크게 밀렸다.
투수 트리플크라운(다승·평균자책점·탈삼진 1위)에 도전하는 두산 에이스 아리엘 미란다가 선발 출격한 경기였다.
하지만 롯데는 선발 이인복이 미란다에게 전혀 밀리지 않는 투구를 펼쳐 팽팽한 승부를 이어갔다.
1-1로 맞선 7회초 2사에서는 이대호의 천금 같은 솔로 홈런이 터져 나왔다.
이대호는 두산 구원 홍건희의 2구째 바깥쪽 높은 슬라이더(136㎞)를 밀어서 우측 담장을 훌쩍 넘겼다.
이대호의 한방으로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롯데는 8회초 두산 불펜진을 두들겨 4점을 추가하고 승부를 갈랐다.
이대호는 결승 홈런을 KBO리그 통산 4번째 350홈런으로 장식하며 기쁨을 더했다.
'가을야구'를 향한 팀의 질주에 큰 힘을 보탠 이대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홈런을 친 것보다 팀이 이겨서 좋고, 5강 싸움하는 데 보탬이 된 것 같아서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대호는 기록은 의식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팀이 피 말리는 순위 싸움을 하고 있어서 기록보다는 팀에 어떻게든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했다.
홈런 상황에 대해서는 "(홍건희의) 슬라이더가 잘 들어왔다. 뒤에서 맞았는데 손목이 돌아가는 느낌이 들어서 홈런을 직감했다. 운이 좋았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치기 쉬운 공은 아니었다"며 "요즘 우리 투수들이 좋고 6회까지 이기면 투수들이 막아줄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서 1점만 내보자는 마음으로 타격했다"고 덧붙였다.
롯데는 9월 이후 매주 더블헤더를 치르고 있다. 그런데 강행군 속에서도 성적은 갈수록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날은 비록 서스펜디드 게임이 포함되긴 했지만, 후반기 승률 1위 팀인 두산을 상대로 하루 2승을 쓸어 담았다.
이대호는 그 공을 후배들에게 돌렸다. 그는 "난 솔직히 지명타자로 나가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큰 부담이 없는데, 후배들은 힘들 것 같다"며 "하지만 다들 내색 안 하고 가을야구 하나만 보고 달려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포스트 이대호'로 꼽히는 한동희의 최근 뜨거운 활약뿐만 아니라 신들린 방망이 솜씨로 최다안타 1위를 달리는 주장 전준우의 기세에도 혀를 내둘렀다.
이대호는 "전준우의 타격을 보면 기가 막힌다. 맞으면 안타가 된다. 신기할 정도"라며 "타선에 감이 안 좋은 선수도 분명히 있지만 감이 좋은 선수들이 보완해주면서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내년이 계약 마지막 해인 이대호는 은퇴 전에 꼭 한국시리즈 우승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혼신을 다하고 있다.
그는 "솔직히 몇 년 더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내년이 마지막이다. 내년까지 최선을 다해서 준비하겠다"며 "올해 제 꿈이 이뤄지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