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2020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상금 순위 84위로 올해 출전 자격을 잃었던 김수지(25)가 불과 1년도 되지 않아 '메이저 퀸'에 등극했다.
김수지는 10일 경기도 여주시 블루헤런 골프클럽(파72·6천660야드)에서 열린 KLPGA 투어 제21회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총상금 10억원)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까지 최종합계 12언더파 276타로 우승했다.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한 김수지는 9월 KG·이데일리 레이디스 오픈에서 정규 투어 첫 승을 따낸 지 약 한 달 만에 시즌 2승에 메이저 왕좌에 오르는 기쁨을 누렸다.
특히 김수지는 올해 9월 첫 우승이 정규 투어 115번째 대회에서 나왔다.
지난해 상금 순위 84위로 시드전까지 다녀와 올해 다시 출전 자격을 회복한 그는 2017년 정규 투어 데뷔 후 2020시즌이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그러나 올해 메이저 우승을 포함해 2승을 따내며 '최고의 시즌'을 만들어가고 있다.
우승이 확정된 후 눈물을 감추지 못한 김수지는 "라운드 내내 긴장하고 떨려서 불안한 느낌으로 경기했는데 끝나자마자 시원섭섭해서 눈물이 났다"며 "원래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니지만 오늘은 경기 후반부로 갈수록 긴장이 많이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3라운드까지 1타 차 단독 1위였던 그는 "같은 조나 뒤 조 선수들이 워낙 잘 치는 선수들이라 제가 정말 잘해야 우승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특히 전반 버디 기회를 많이 놓쳐서 후반에 어렵게 경기했다"고 돌아봤다.
9월 첫 우승과 비교해달라는 말에 "그때는 우승했지만 아무 생각이 안 났는데, 오늘은 '우승을 했구나' 하는 생각에 울컥했나 보다"라며 "그런데 오늘도 아무 생각이 안 난다"고 답했다.
15번 홀(파4) 약 5m 파 퍼트를 넣고 2타 차 리드를 지킨 장면을 이날 승부처로 꼽은 김수지는 "판단 실수로 긴 파 퍼트가 남았는데 자신 있게 치려고 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2017년부터 우승이 없다가 최근 한 달 사이에 2승을 거둔 그는 "시드전에 다녀오면서 모든 것을 바꿨다"며 "지난해 시드전에 가면서 충격이 컸는데 첫 승을 하고 나니 마음이 놓여 '나도 우승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기뻐했다.
14일 전북 익산에서 개막하는 동부건설·한국토지신탁 챔피언십은 후원사인 동부건설이 주최하는 대회다.
김수지는 "스폰서 대회라 좋은 기운을 이어서 우승하고 싶다"며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은데 시즌 후 보완해서 공격적인 플레이를 하는 기량이 뛰어난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원래 이 대회는 우승자가 트로피에 맥주를 따라 마시는 우승 세리머니가 관례였으나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트로피에 맥주를 따르는 것까지만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