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장보인 기자 = "운동 태도가 180도 달라져서 면담을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의 강을준 감독은 시즌 초반 아쉬운 경기력으로 말을 낳은 외국인 선수 미로슬라브 라둘리차(33·세르비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미국프로농구(NBA)를 거쳐 유럽과 중국 리그에서 뛰어온 데다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세르비아 농구 대표팀의 은메달 획득에 힘을 보탠 라둘리차지만, KBL에 적응하는 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라둘리차는 올 시즌 정규리그 1라운드 9경기에서 평균 17분 22초를 뛰며 8.1득점 5.9리바운드 1.8어시스트만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오리온이 2 옵션으로 생각했던 머피 할로웨이(평균 12.9득점 9.1리바운드 2.4어시스트)보다도 저조한 성적을 내면서 팀의 고민은 깊어졌다.
외국인 선수들이 제 몫을 하지 못하는 가운데 국내 선수들의 부담은 가중됐다.
1라운드를 마친 지난달 31일 강을준 감독은 "라둘리차와 개인 면담을 하고 이야기를 듣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3일 수원 kt와 2라운드 첫 경기를 앞두고 강을준 감독은 라둘리차의 태도가 180도 달라져 면담을 할 필요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운동할 때도 열심히 하고 덩크슛도 열심히 연습했다. 본인도 자신에 대한 여론과 평가가 나쁘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하더라"라며 "굳이 면담해서 기를 죽일 필요는 없다고 봤다. 한국 선수들을 믿고 경기를 해달라고, 득점이 안 돼도 좋으니 페인트존에서 수비와 리바운드에 가담해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실전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가 궁금하다. 적응하면 기대하는 경기력이 나올 것으로 생각했는데, 지금까지는 아쉬움이 있었다. 경기 때마다 기대가 되는데, 이에 부응하는 실력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라둘리차는 이날 14분 29초를 뛰며 kt를 상대로 9득점 4리바운드 1어시스트 1스틸을 올렸다.
KBL 입성 후 최다 득점인 19점을 넣은 지난달 전주 KCC전 다음으로 많은 득점을 기록했다.
경기 초반, 상대 골 밑에서 이전보다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며 슛을 시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다.
kt의 양홍석과 캐디 라렌에게 몇 차례 맥없이 득점 기회를 내주는 등 수비에서의 아쉬움도 여전했다.
오리온은 라둘리차의 부진 속 이대성이 25득점 5어시스트, 할로웨이가 19득점 9리바운드로 분전했지만, 결국 국내 선수와 외국인 선수가 고루 활약한 kt에 96-81로 패했다.
강 감독은 "외국인 선수 싸움에서 우리가 밀리다 보니 힘든 게 있다. 아쉬운 부분이다"라고 곱씹었다.
그래도 그는 일단 라둘리차를 두둔하고 나섰다.
경기 전 "하루아침에 원하는 경기력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며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던 강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라둘리차에 관한 질문이 이어지자 "예쁘게 좀 봐달라"고 웃으며 당부했다.
남은 건 라둘리차가 하루빨리 KBL에 적응해 감독의 믿음에 부응하는 일이다.
1라운드 오리온의 애를 태운 그는 남은 시즌 팀의 무기가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