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 올해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는 김주형(19)의 개인 타이틀 싹쓸이로 마감됐다.
김주형은 제네시스 대상(5천540점), 상금왕(7억5천493만원), 그리고 평균타수(69.16타) 1위를 석권했다.
대상, 상금왕, 그리고 평균타수 1위는 어떤 골프 투어에서도 가장 가치가 높은 핵심 타이틀이다.
이들 3개 타이틀은 상관관계가 매우 높다. 평균타수 1위를 할 정도로 꾸준한 스코어를 냈다면 대상 포인트나 상금도 누구보다 많이 쌓기 마련이다.
최고 선수라면 대상, 상금왕, 평균타수 1위를 석권하는 3관왕이 당연하다는 게 상식이다.
시즌을 시작하기 전 정상급 선수들은 시즌 목표로 '대상'이나 '평균타수 1위'를 꼽는 경우가 많다.
대상이나 평균타수 1위를 할 만큼 꾸준한 경기력을 유지한다면 상금왕은 저절로 따라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뜻밖에도 코리안투어에서 이들 3개 타이틀 3관왕은 아주 드물다.
대상 제도가 도입된 2007년부터 올해까지 15년 동안 3관왕은 김주형이 세 번째다.
김주형 이전에는 2007년 김경태(35), 2009년 배상문(35)이 3관왕에 올랐을 뿐이다.
코리안투어에서 주요 타이틀 3관왕이 이렇게 드문 이유는 우선 대회 수가 많지 않아서다. 개최 대회 수가 충분하지 않으면 통계의 왜곡이 생긴다.
특히 코리안투어는 많지 않은 대회가 상금 규모 차이가 커 통계의 왜곡이 더 심해진다.
상금이 큰 대회에서 우승하면 평균타수가 빼어나지 않아도 상금왕에 오를 수 있는 구조다.
2015년 이경훈(30)은 3차례 대회만 뛰고도 상금왕에 올랐다. 우승 상금 3억 원짜리 한국오픈 우승이 상금왕의 토대가 됐다.
반면 같은 해 카이도 LIS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김태훈(36)은 우승 상금으로 6천만원을 받았다.
압도적인 기량의 스타 선수가 없다는 점도 코리안투어에서 3관왕이 드문 이유 가운데 하나다.
심지어 대상, 상금왕, 평균타수 1위를 서로 다른 선수가 나눠 가진 시즌도 4차례 있었다.
코리안투어보다 대회 수가 많고 대회 상금 규모가 코리안투어만큼 차이가 크지 않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는 상황이 다르다.
대상 제도가 시작된 2000년부터 작년까지 KLPGA투어에서는 핵심 개인 타이틀 3관왕은 10차례나 나왔다.
강수연(45), 신지애(33), 서희경(35), 이보미(33), 김효주(26), 전인지(27), 이정은(25), 최혜진(22) 등이 3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신지애는 2006년부터 2008년까지 3년 연속 대상·상금왕·평균타수 1위를 했다.
이른바 '당대 최고' 선수는 대부분 3관왕을 경험했다는 얘기다.
그런데 올해 KLPGA투어 '대세' 박민지(23)는 핵심 타이틀 3관왕이 어렵다.
시즌 최종전을 남기고 상금왕은 확정했지만, 대상은 아직 불투명한데다 평균타수 1위는 수상이 사실상 무산됐다.
대상 경쟁에서는 임희정(21)의 역전 가능성이 살아있고, 평균타수 부문에서는 1위 장하나(29)에 0.367타나 뒤진 4위로 밀렸기 때문이다.
대상, 상금왕, 평균타수 1위를 3명의 선수가 나눠 갖는 초유의 사태도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지금까지 KLPGA투어에서 대상, 상금왕, 평균타수 1위의 주인공이 모두 달랐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꾸준한 경기력과 상금왕의 상관관계가 심각한 도전을 받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