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 사령탑이 돼 스페인 프로축구 명문클럽 FC바르셀로나로 돌아온 사비 에르난데스(41·스페인)가 브라질 축구대표팀 감독직도 마다했던 사실을 털어놓았다.
사비 감독은 8일(이하 현지시간) 바르셀로나의 홈구장 캄 노우에 모인 9천400여명의 팬 앞에서 취임식을 하고 바르셀로나 사령탑으로 첫걸음을 내디뎠다.
바르셀로나 구단은 이틀 전 로날트 쿠만(네덜란드) 전 감독의 후임으로 카타르 알 사드를 지휘하고 있던 사비 감독을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사비 감독과 바르셀로나의 계약 기간은 2021-2022시즌 잔여기간과 이후 두 시즌, 즉 2024년 6월까지다.
스페인 국가대표로도 맹활약했던 사비 감독은 11살 때인 1991년부터 바르셀로나 유스팀에서 뛰었고 2015년까지 바르셀로나에서만 선수 생활을 했다. 바르셀로나에서 17시즌 동안 767경기를 뛰며 25차례나 리그 및 각종 대회에서 우승한 '전설'이다.
이후 2019년까지 알 사드로 옮겨 현역 생활 말년을 보냈다.
사비 감독은 콧대 높은 '삼바 군단' 브라질 대표팀의 첫 외국인 사령탑이 될 수도 있었다.
A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사비 감독은 이날 취임 기자회견에서 "브라질축구협회와 이야기가 있었다"면서 "그들의 계획은 내가 치치 감독의 코치로 일하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이 끝나고 대표팀을 맡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런 내용은 지난 5월 스페인 언론에서도 보도했는데 사비 감독이 직접 확인해준 것이다.
사비 감독은 "하지만 나의 꿈은 바르셀로나로 복귀하는 것이었다"면서 "적절한 때가 오기를 기다렸고, 지금이 그때라고 생각했다. 지금 나는 준비가 매우 잘 돼 있다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바르셀로나는 지난해에도 사비를 사령탑에 앉히려 접촉했다. 하지만 그때는 거절당했다. 사비 감독은 "당시에는 바르셀로나를 이끌 준비가 완벽하게 돼 있지 않았다"고 그 이유를 댔다.
바르셀로나는 올 시즌 프리메라리가에서 4승 5무 3패, 승점 17로 20개 구단 중 9위에 처져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간판선수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가 파리 생제르맹으로 이적, 전력 누수가 컸다고는 해도 바르셀로나에는 어울리지 않는 성적이다.
사비 감독의 취임 일성도 '바르셀로나의 우수성 회복'이었다.
사비 감독은 '규칙, 요구, 바르사의 DNA, 노력, 리더십' 등 몇 가지 단어로 자신의 축구 철학과 앞으로 팀을 이끌어나갈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우리는 세계 최고의 클럽이다. 성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면서 "비기거나 질 여유가 없다. 우리는 바르셀로나이고 모든 경기에서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시로부터 축하 메시지를 받았다고도 밝힌 사비 감독은 "메시는 바르셀로나 구단 역사상 최고의 선수다. 하지만 그는 이제 이곳에 없다"면서 "우리에게는 선수들이 많다. 그들과 함께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바르셀로나는 구단에 수많은 영광을 가져다준 페프 과르디올라 현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 감독의 길을 제자였던 사비 감독이 걸어주기를 바란다.
이에 대해 사비 감독은 "과르디올라 감독과 비교되는 것은 내게 또 하나의 성공이다. 그는 축구와 바르셀로나에 많은 것을 가져다준 위대한 인물"이라면서 "내게 그는 세계 최고의 감독"이라고 자세를 낮췄다.
사비 감독은 20일 에스파뇰을 상대로 바르셀로나 사령탑 데뷔전을 치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