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올가을, 팬들에게 잊힌 프로야구 선수들이 있다.
매년 포스트시즌(PS)마다 두산 베어스의 투·타를 이끌었던 좌완투수 유희관(35)과 내야수 오재원(36)이다.
두 선수는 키움 히어로즈와 와일드카드 결정전(WC), LG 트윈스와 준플레이오프(준PO)에 이어 삼성 라이온즈와 플레이오프(PO) 엔트리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두산은 9일 시작하는 PO에서도 프랜차이즈 스타 유희관과 오재원 없이 삼성과 맞붙는다.
두 선수는 21세기 두산 가을야구의 상징이었다.
오재원은 2007년 1군 무대를 처음 밟은 뒤 단 한 번도 두산의 가을야구에서 빠진 적이 없었다.
정규시즌에 부진한 모습을 보여도 가을이 오면 무서운 돌풍을 일으키곤 했다.
기량이 떨어졌다고 평가받은 최근에도 그랬다.
그는 2019년 정규시즌에서 1할대 타율을 기록했지만, PS 엔트리에 승선해 두산의 한국시리즈(KS) 우승을 이끌었다.
오재원은 키움과 펼친 KS에서 10타수 5안타 3타점 2득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그랬다. 오재원은 LG와 준PO 2차전 최우수선수(MVP)에 뽑히는 등 펄펄 날았다.
오재원은 통산 PS 93경기에 출전해 타율 0.299, 4홈런, 36타점을 터뜨렸다. 오재원은 현역 PS 최다 안타 기록(93개)도 갖고 있다.
유희관도 가을잔치의 단골손님이었다.
그는 통산 PS에서 15경기에 등판해 3승 5패 평균자책점 4.11을 기록했고, 중요한 경기마다 침착한 투구로 두산 선발진을 이끌었다.
무엇보다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는 재치 있는 입담으로 PS 미디어데이마다 화제를 모았다.
KS 우승을 한 뒤엔 화끈한 세리머니를 펼쳐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두 선수가 올해 PS에 초대받지 못한 건 기량 문제 때문이다.
두산은 두 선수가 전력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유희관은 정규시즌에서 자신의 경쟁력을 증명하지 못했다. 올 시즌 15경기에 등판했는데 4승 7패 평균자책점 7.71의 부진한 성적을 냈다.
우여곡절 끝에 두산 좌완 프랜차이즈 최초로 통산 100승 달성에 성공했지만, 특기인 제구력이 흔들리며 고꾸라졌다.
두산 외국인 투수 두 명이 부상으로 이탈했고, 주축 투수들의 체력이 바닥난 상태라는 점을 고려하면 유희관에게 PO 엔트리 제외 결정은 매우 뼈아프다.
두산은 지난 8월 20일 한화 이글스전을 마지막으로 1군에서 자취를 감췄던 좌완 장원준(36)을 PO 엔트리에 포함한 가운데, 유희관은 끝내 합류시키지 않았다.
오재원도 올해 정규시즌에서 부진했다. 45경기에 출전해 타율 0.167을 기록했다. 1군보다는 2군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기량 악화와 고질적인 무릎 통증 등이 오재원의 발목을 잡았다.
오재원이 지키던 주전 2루수 자리는 강승호가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