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4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프로야구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1차전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경기. 5회초 2사 3루 두산 박건우가 1타점 적시타를 치고 환호하고 있다. 2021.11.4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두산 베어스엔 가을마다 힘을 내는 선수들이 많다.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중요한 경기마다 맹활약을 펼치는 선수들이 나온다.
올해에도 그랬다. 키움 히어로즈와 프로야구 와일드카드(WC) 1, 2차전에선 정수빈, 김재환, 박세혁 등 주축 선수들이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팀을 준플레이오프(준PO)로 끌어올렸다.
그러나 팀 승리에도 크게 웃지 못한 이가 있었다. 올 시즌을 마치고 자유계약선수(FA)가 되는 주전 외야수 박건우다.
박건우는 이상하게도 가을만 되면 주춤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5경기에서 타율 0.167을 기록했고, 2019년 포스트시즌에선 0.176에 그쳤다.
포스트시즌 6경기를 뛴 2018년엔 타율이 1할이 채 안 됐다. 0.042에 그쳤다.
그는 올해 키움과 WC 1, 2차전에서도 10타수 1안타, 타율 0.100을 기록했다.
박건우가 2015년부터 올해 WC까지 기록한 통산 포스트시즌 타율은 0.184에 그친다. 가을 징크스는 매년 박건우를 괴롭혔다.
두산 김태형 감독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
김 감독은 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준PO 1차전을 앞두고 "박건우도 (가을만 되면 부진하는)그런 부분을 많이 생각하는 것 같다"며 "그러나 박건우는 우리 팀에서 가장 잘 치는 타자다. 믿고 가야 한다"라며 신뢰를 보냈다. 그리고 3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4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프로야구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1차전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경기. 5회초 2사 3루 상황에서 두산 박건우가 1타점 적시타를 친 뒤 환호하고 있다. 2021.11.4 [email protected]
박건우의 출발은 그리 좋지 않았다. 1회 1사 1루 기회에서 내야 땅볼을 치며 찬물을 끼얹었다.
1-0으로 앞선 3회엔 상대 선발 앤드루 수아레즈를 상대로 볼 4개를 내리 고르며 첫 출루에 성공했지만 득점을 기록하진 못했다.
박건우에게 결정적인 기회가 찾아온 건 1-0으로 앞선 5회초였다. 상황은 어수선했다.
두산은 박세혁의 중전 안타로 만든 무사 1루에서 정수빈이 기습 번트를 댔는데 비디오 판독 끝에 3피트 라인 수비 방해로 아웃되는 등 우여곡절 끝에 2사 3루 기회를 만들었다.
LG는 박건우가 타석에 들어서자 수아레즈를 내리고 필승 계투 정우영을 내세웠다. 승부처였다.
초구 슬라이더를 참고 2구 투심 패스트볼 스트라이크를 흘려보낸 박건우는 3구째 151㎞ 투심 패스트볼이 가볍게 밀어쳤다.
공은 1-2루 간을 뚫고 우익수 쪽으로 굴러갔다. 경기 흐름을 가져오는 천금 같은 적시타였다. 박건우는 오른팔을 번쩍 들며 환호했다.
어둡던 얼굴은 환하게 변했다. 지긋지긋했던 가을 징크스를 지워내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