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1 프로야구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1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삼성 오승환이 역투하고 있다. 2021.11.9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9일 프로야구 플레이오프(PO·3전 2승제) 1차전에 등판한 오승환(39·삼성 라이온즈)은 우리가 알던 '돌부처', '끝판 대장'이 아니었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 난타당해 아주 당혹스러워하던 그 표정이 겹쳐 보였다.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개장 후 5년 만에 처음으로 열린 삼성의 포스트시즌 첫 경기는 오승환의 침몰과 함께 그대로 끝났다.
허삼영 삼성 감독은 3-4로 두산 베어스를 추격하던 9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9회초 수비를 깔끔하게 끝내고 9회말을 준비하고자" 오승환을 투입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오승환은 등판하자마자 박세혁에게 우월 솔로포, 김재호에게 우전 안타, 강승호에게 좌전 안타, 정수빈에게 좌익수 쪽 2루타 등 안타 4개를 연속으로 맞고 2실점 한 뒤 마운드를 쓸쓸히 떠났다.
6년 만에 가을 야구를 치르는 삼성은 첫판에서 4-6으로 패해 바로 벼랑 끝에 몰렸다.
순위 다툼이 치열했던 9월 이후에만 14세이브를 수확해 시즌 44세이브로 구원왕을 확정한 오승환의 관록은 찾아볼 수 없었다.
(요코하마=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7일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야구 도미니카공화국과의 동메달 결정전. 오승환이 9회말 6-10으로 패배가 확실시되자 더그아웃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2021.8.7 [email protected]
오승환은 도쿄올림픽에서도 최악의 투구로 큰 실망감을 안겼다.
지난 8월 7일 도미니카공화국과 격돌한 동메달 결정전에서 6-5로 앞선 8회에 등판해 아웃카운트 1개를 잡는 동안 홈런 1개 포함 안타 4개를 맞고 볼넷 1개를 줘 무려 5점이나 헌납하고 고개를 떨어뜨렸다.
오승환은 당시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죄송한 마음이 크다. 뭐라 말씀드리기 힘든 상황"이라고 쓰라린 속내를 감추지 못했다.
석 달 후 대구 삼성라이온즈에서 벌어진 일도 당시 '요코하마 참사'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오승환도 사람이기에 컨디션이 안 좋을 땐 뭇매를 맞을 수 있다.
하지만 '지면 끝장'인 토너먼트 경기에서 한국·미국·일본 프로 무대를 모두 겪은 백전노장 오승환이 올해 두 번이나 결정적인 순간 일을 그르쳤다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경기 후 두산 타자들의 반응을 접한 한 관계자는 "오승환이 '날리는 볼'을 던지는 것을 처음으로 봤다"며 선수들도 놀랐다고 귀띔했다.
지난달 31일 kt wiz와의 1위 결정전에서 패하고 8일을 쉰 뒤 결전의 무대에 오른 오승환이 전매특허인 '돌직구' 대신 구속만 빠를 뿐 위력 없는 날림 볼을 던졌다는 얘기다.
단기전에서 마무리의 실패는 곧 팀의 패배로 직결된다.
큰 상처를 안은 오승환이 벼랑 끝에 몰린 준PO에서 반등할지, 삼성 벤치가 경기 후반 절체절명의 위기에 오승환을 일찍 마운드에 올릴 수 있을지가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