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로스앤젤레스 다저스가 구단의 아이콘인 자유계약선수(FA) 클레이턴 커쇼(33)에게 퀄리파잉 오퍼(QO)를 제시하지 않았다.
다저스는 QO 신청 마감일인 8일(한국시간) 코리 시거와 크리스 테일러에게만 QO를 했다고 밝혔다.
2012년 도입된 QO는 원소속구단이 FA에게 빅리그 고액 연봉자 상위 125명의 평균 연봉으로 1년 계약을 제시하는 제도다.
올해 QO 금액은 1천840만 달러(약 217억원)로, 시장 상황이 자신에게 불리하다고 판단하면 FA는 QO를 받아들이면 된다. QO를 제시받은 FA를 영입하는 구단은 이듬해 신인 지명권을 FA 원소속구단에 넘겨준다.
QO를 제시하지 않은 게 해당 FA를 잡지 않겠다는 의미와 직결되진 않는다.
그러나 보통 MLB 팀들이 FA시장에서 QO 금액 이상의 대우를 받을 만한 선수들에게만 QO를 제시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저스가 현재 커쇼의 시장 가치를 냉철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어쩌면 다저스는 커쇼와 FA 계약 추진에 소극적으로 나올 수도 있다.
미국 현지 매체들은 다저스의 선택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QO를 제시하지 않은 게 작별의 전조일 지도 모른다는 해석도 나온다.
다저스가 커쇼를 잡지 않을 수 있다는 건 MLB 팬들에게 충격적인 소식이다.
커쇼는 다저스의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상징이다.
2006년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다저스에 입단한 커쇼는 2010년대 MLB 최고의 투수로 맹위를 떨쳤다.
2009년부터 2018년까지 단 한 시즌도 3점대 이상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적이 없으며, 이 기간 내셔널리그 최우수선수상(MVP) 1회, 사이영상 3회 수상을 했다.
다저스의 리더로서 그라운드 밖에서도 중심축 역할을 했고, 비시즌엔 많은 선행을 베풀어 팬들에게 귀감을 샀다.
커쇼는 다저스의 영구 결번 후보로도 꼽힌다.
그러나 커쇼는 이른 시기에 에이징 커브(나이에 따른 기량을 나타내는 곡선) 현상을 보이며 내리막길을 탔다.
2019년부터 구위가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올해엔 풀타임을 소화한 시즌 중 가장 저조한 성적(10승 8패 평균자책점 3.55)을 냈다.
시즌 내내 그를 괴롭힌 왼팔 전완근 통증 여파가 컸다. 커쇼는 이 부상으로 올해 포스트시즌을 소화하지 못했다.
한편 올해 MLB에선 총 14명의 선수가 QO를 받았다.
브랜던 벨트(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닉 카스테야노스(신시내티 레즈), 마이클 콘포토(뉴욕 메츠), 카를로스 코레아(휴스턴 애스트로스), 프레디 프리먼(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라이셀 이글레시아스(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 로비 레이(토론토 블루제이스), 에두아르도 로드리게스(보스턴 레드삭스), 시거, 테일러, 마커스 시미언(토론토), 트레버 스토리(콜로라도 로키스), 노아 신더가드(메츠), 저스틴 벌랜더(휴스턴·이상 원소속구단)가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18일까지 수락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지난 시즌까지 QO를 받은 선수는 총 96명이며 이 중 10명이 수락했다.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도 2019년 다저스로부터 QO를 받아 다저스에서 1천790만 달러를 받고 1년을 더 뛴 뒤 토론토와 FA 계약을 체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