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지난 3월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에서 스리랑카, 인도네시아에 참패를 당한 한국 3대3 남자농구 국가대표팀은 감독 선발 과정부터 사실상 '엉터리'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한민국농구협회(회장 권혁운)는 지난 3월 초 이승준 감독을 3대3 남자농구 국가대표 사령탑에 선임했다.
하지만 연합뉴스 취재 결과 이승준 감독은 선임 당시 공개모집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공개모집 감독 자격 요건 중 하나는 '해당 종목 경기 지도경력이 1년 이상 5년 미만이지만 올림픽대회와 아시아경기대회에서 메달을 획득하고 해당 종목의 전문스포츠지도사 2급 이상 자격이 있는 사람'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협회는 선발 당시 조선대로부터 이승준 감독의 코치 경력이 1∼2개월이라는 공문을 접수한 상태였다.
그런데도 협회는 대한체육회 지도자 등록 시스템에 이승준 감독의 조선대 코치 경력이 1년이라고 나와 있다며 이를 기준으로 이승준 감독의 후보 자격을 승인했다는 것이다.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이 지도자 등록 시스템의 지도 경력은 지도자 본인이 직접 입력하게 돼 있고, 무엇보다 이 시스템은 등록 단위가 최소 1년이기 때문에 여기에 '1년'으로 나왔다고 1년 경력을 인정해주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이후 협회는 이승준이 이력서에 기재한 루마니아 농구협회 지도 경력 2년 6개월에 대해 추가로 확인하겠다며 루마니아 협회에 확인을 요청해 답신을 받았다고 주장하나 루마니아 협회가 보내온 답신에는 지도 기간이 전혀 나와 있지 않다.
결국 대한민국농구협회는 공모 절차 당시 지도자 경력 최소 요건인 1년에 크게 모자란 조선대 코치 1∼2개월 경력만 확인된 이승준 감독을 3대3 남자 국가대표 사령탑에 선임했다.
이후 이승준 감독이 3월 말 FIBA 아시아컵에 기량이 매우 떨어지는 것으로 드러난 A 선수를 선발해 논란이 일었고, 대표팀 전력 약화로 인해 대회에서는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등 우리나라보다 세계 랭킹이 낮은 나라들에 연달아 무릎을 꿇었다.
게다가 이 A 선수가 이승준 감독과 같은 농구 아카데미에서 근무한 경력으로 '국가대표 특혜 선발 논란'까지 불거졌지만, 대한민국농구협회는 이승준 감독에게 징계 없이 유감 표명으로만 넘어가겠다는 입장이다.
대한민국농구협회 정재용 상근부회장은 "감독 선발 과정에서 이승준 감독의 지도 경력 확인을 완벽하게 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며 "협회는 늦었지만 루마니아 협회로부터 이승준 감독의 지도 기간을 확인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정재용 부회장은 "루마니아 협회로부터 이승준 감독이 이력서에 적어낸 2년 6개월 기간을 확인하지 못할 경우 절차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