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밑에서 치고 올라온 팀은 1차전 패배의 충격이 더욱 큽니다. 1차전을 이기지 못하면 '올해는 여기까지 올라온 걸로 만족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양상문 SPOTV 해설위원)
포스트시즌과 같은 단기전에서는 1차전의 승리의 중요성이 늘 강조돼왔다.
9일부터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가 격돌하는 플레이오프(PO·3전 2승제)에서 지난 시즌까지 1차전 승리 팀이 한국시리즈(KS)에 진출한 경우가 총 33번(1999, 2000년 양대 리그 제외) 중 27차례(81.8%)에 이르렀다.
80%를 웃도는 KS 진출 확률을 선점한다는 의미도 크지만, 특히 올해에는 PO가 기존의 5전 3승제에서 3전 2승제로 축소되면서 1차전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된다.
전직 사령탑 출신의 해설위원들도 자신들의 경험을 빌려 1차전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양상문 SPOTV 해설위원은 "두산은 와일드카드 결정전과 준PO를 치르고 올라왔다"며 "두산이 잘해왔지만 버티는 힘에도 한계는 분명히 있다. 큰 경기를 계속 벌이면서 쌓인 스트레스와 부담감도 무시할 수 없다. 삼성도 그렇지만 두산에는 첫 경기가 더욱 중요하다"고 짚었다.
양 해설위원의 개인적인 경험도 반영된 견해다. 2016년 당시 양 해설위원은 LG 트윈스 사령탑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다.
정규시즌을 4위로 마친 LG는 와일드카드 결정전, 준PO를 통과해 PO 무대에 올랐으나 NC 다이노스에 1승 3패로 무릎을 꿇었다.
당시 PO 1차전에서 NC에 9회말 3점을 내주고 2-3으로 역전패를 당한 것이 치명타가 됐다.
양 해설위원은 "밑에서 치고 올라온 팀에는 1차전 패배의 충격이 더욱 크다"며 "1차전에서 이기지 못하면 선수들이 자기들도 모르게 힘이 빠진다. '우리는 여기까지인가', '올해는 여기까지 올라온 걸로 만족해야 하는 건가'라는 생각에 젖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프로야구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3차전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경기에서 10대3으로 승리를 거둔 두산 정수빈이 김태형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2021.11.7 [email protected]
장정석 KBSN 해설위원 역시 양 팀 모두 1차전은 반드시 잡아야 한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 해설위원도 감독 출신이다. 2019년 키움 히어로즈를 이끌고 정규시즌 2위 자격으로 포스트시즌 무대에 올랐다.
키움은 그해 PO에서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를 누르고 KS에 올랐으나 두산에 4전 전패를 당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1차전을 이긴 PO, 1차전을 내준 KS의 결과가 극단적으로 나뉘었다.
장 해설위원은 2019년 KS를 돌아보면 "1차전이 가장 중요했는데, 조상우라는 가장 강한 카드를 좀 더 밀어붙이지 못한 것이 지금도 후회가 된다"고 말했다.
당시 1차전에서 키움은 조상우가 2이닝을 던지고 내려간 9회말 두산에 끝내기 안타를 맞고 6-7로 패했다.
장 해설위원은 "그런 측면에서 김태형 두산 감독은 잡을 경기, 버려야 할 경기를 확실히 구분할 줄 안다. 좋은 컨디션의 투수는 최대한 길게 가져가면서 잡을 경기를 반드시 잡아낼 줄 아는 감독이다. 그런데 투수들도 체력적으로 힘들겠지만, 시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면 힘을 내서 던진다"고 말했다.
(창원=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 30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1 KBO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5회 초 2사 1루 상황 2점 홈런을 친 삼성 3번 오재일이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2021.10.30 [email protected]
결국 1차전에서 누가 더 과감하게 마운드 운용을 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수 있다고 장 해설위원은 전망했다.
장 해설위원은 "아무리 뛰어난 에이스라도 1차전과 같이 큰 경기에선 부담감과 함께 투구 수 대비 가중 피로도가 커진다. 구위 체크를 잘해야 한다"며 "두 번째 투수를 어떤 카드로 선택해서 흐름을 끊어가느냐가 중요하다. 그리고 불펜에서 가장 강한 카드가 있다면 최대한 길게 가져가면서 1차전 승리를 따내는 팀이 시리즈를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중요한 1차전 승리의 열쇠는 뭐가 될까. 장 해설위원은 선취점이라고 딱 잘라 말했다.
그는 "올해 와일드카드 결정전, 준PO에선 모두 선취점을 뽑은 팀이 다 이겼다"며 "지난해 13번의 포스트시즌에서도 12번을 선취점 뽑은 팀이 승리했다"고 짚었다.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프로야구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3차전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경기. 5회초 2사 만루 두산 정수빈이 3타점 적시3루타를 쳐낸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021.11.7 [email protected]
국가대표팀 코치를 지낸 이종열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전력적으로나 체력적으로 삼성이 앞선다면서도 두산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고 봤다.
그러면서 두산과 LG의 준PO 3차전을 예로 들었다.
이 해설위원은 "단기전은 결국 기세 싸움"이라며 "3차전에서 LG 홍창기의 첫 타구를 두산 중견수 정수빈이 다이빙 캐치로 잡아냈다. 정수빈은 2회에도 또 한 번 슈퍼 캐치를 해냈다. 그 기세가 3회 페르난데스의 홈런, 5회 대량 득점(6점)으로 연결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준PO에서도 결국 1차전에서 승리한 팀이 시리즈를 가져갔다"며 "삼성은 뷰캐넌, 원태인, 백정현까지 선발이 확실하지만, 두산은 원투 펀치가 없고 체력적인 부담이 있다. 하지만 두산은 타격감이 좋고, 삼성은 긴 휴식 탓에 경기 감각이 떨어질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 해설위원은 "그래서 승부를 예단하긴 어렵다. 분명한 건 1차전을 내주면 분위기를 완전히 내줄 수 있다는 거다. 1차전 승리 팀이 의외로 2연승으로 시리즈를 끝낼 가능성이 크다"며 "나도 선수 시절에 경험한 거지만 1차전에서 승리하면 '우리가 올라간다'고 생각하게 된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반종빈 기자 = 정규시즌 4위 두산 베어스가 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 준플레이오프(준PO·3전 2승제) 최종 3차전에서 테이블 세터인 정수빈과 호세 페르난데스가 8타점을 합작하는 맹활약을 펼친 데 힘입어 LG 트윈스를 10-3으로 대파했다.
이로써 시리즈 전적 2승 1패를 기록한 두산은 3위 LG를 따돌리고 플레이오프에 진출, 9일부터 정규시즌 2위인 삼성 라이온즈와 한국시리즈 티켓을 다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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