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감독 또 무너뜨린 '여우곰' 김태형 감독…허파고도 제압했다

초보감독 또 무너뜨린 '여우곰' 김태형 감독…허파고도 제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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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원기·류지현 이어 허삼영 감독까지…한 수 가르친 김태형 감독

다음 상대는 두 번째 PS 맞이한 이강철 kt 감독…작년 PO이어 재대결

두산 김태형 감독
두산 김태형 감독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마치 한 수 가르침을 내리는 '1타 강사' 같았다.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은 포스트시즌(PS)을 처음 치르는 삼성 라이온즈의 허삼영 감독과 지략 대결에서 완승하며 팀을 7년 연속 한국시리즈(KS)로 이끌었다.

김 감독은 외국인 투수 2명이 빠지는 최악의 전력난과 체력난 속에서도 뚝심 있는 경기 운용과 과감한 판단력으로 삼성을 무너뜨렸다.

김태형 감독은 1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PO) 2차전에서 마치 곰탈을 쓴 여우처럼 삼성을 집요하게 몰아붙였다.

양 팀은 준비과정부터 달랐다. 두산은 삼성 선발 백정현을 상대로 어깨에 힘을 뺀 팀 타격으로 맞섰다.

백정현은 지난달 29일 NC 다이노스전 이후 실전 경기에 등판하지 않은 데다 이날 날씨는 매우 추워서 경기 감각을 찾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백정현의 구위는 예상대로 크게 떨어졌다. 두산은 밀어치기 일변도로 소나기 안타를 퍼부었다.

두산은 1회 3연속 안타로 2점을 얻은 뒤 2회 공격에서도 김재호의 적시타로 한 점을 추가했다.

냉철한 판단력으로 '허파고'라는 별명을 얻은 허삼영 감독도 예상치 못한 상황에 허둥댔다.

당초 삼성은 백정현에 이어 핵심 선발 원태인을 붙여서 투입하려고 했는데, 너무 일찍 백정현이 무너지자 투입 시기를 놓쳤다.

삼성은 최지광을 투입했고, 두산은 기세를 이어갔다.

정수빈이 볼넷을 얻은 뒤 호세 페르난데스가 좌익수 키를 넘기는 적시 2루타를 터뜨리며 점수 차를 더 벌렸다.

삼성은 원태인이 뒤늦게 구원등판했지만 이미 분위기는 두산으로 급격히 쏠린 상황이었다.

갑자기 등판한 원태인은 많은 공을 던지지도 못했다. 1⅓이닝을 던지고 강판했다.

2회까지 5-0으로 벌리자 김태형 감독은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선발 김민규를 내리고 최승용을 거쳐 핵심 불펜 이영하를 투입했다.

사실 지난 7일 LG 트윈스와 준플레이오프(준PO) 3차전에서 66개의 공을 던진 이영하는 PO 3차전에 등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승기를 잡았다고 판단해 이영하 카드로 삼성의 기세를 눌렀다.

결국 이날 경기는 초반부터 큰 점수 차로 벌어지며 싱거운 결과로 이어졌다.

김태형 감독의 과감한 판단력과 상대 벤치를 압도하는 전략은 올해 가을야구 내내 이어지고 있다.

키움 히어로즈와 와일드카드(WC) 결정전에서는 투수 교체에서 지도자 역량 차이를 보였다.

올해 처음 지휘봉을 잡은 홍원기 키움 감독은 2일 WC 2차전에서 난타를 당하기 시작한 두 번째 투수 한현희의 교체 타이밍을 놓쳤고, 두산은 이를 놓치지 않고 대량 득점으로 연결해 완승했다.

두산 선수단
두산 선수단

[연합뉴스 자료사진]

김태형 감독은 LG와 준PO 1차전에서도 벤치 싸움에서 완승했다.

김태형 감독은 5회 정수빈의 3피트 라인 수비 방해 아웃 과정에서 비디오 판독 끝에 아웃 판정이 나오자 코치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심판진에게 다가갔다.

비디오판독에 관해 항의하면 자동 퇴장되는데, 김태형 감독은 주심에게 상황을 설명만 해달라고 요청한 뒤 곧바로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주심은 김 감독이 항의가 아닌 설명 요청을 했다며 퇴장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반면 류지현 감독은 주심이 퇴장 명령을 내려야 한다며 그라운드에 나와 수 분간 거세게 항의했다.

류 감독이 항의하는 동안 마운드에 서 있던 LG 투수 앤드루 수아레즈의 어깨는 식어버렸다.

류 감독의 행동은 자충수가 됐다. 결국 두산은 해당 경기를 잡고 시리즈의 흐름을 가져왔다.

초보 감독 3명에게 강의를 마친 김태형 감독은 이제 kt wiz 이강철 감독과 지략 대결을 펼친다.

이강철 감독은 올해가 두 번째 가을 무대다.

이 감독은 지난해 PO에서 김태형 감독이 이끄는 두산과 만나 1승 3패로 무릎을 꿇었다.

이강철 감독은 정규시즌 1위를 차지했지만, 어찌 보면 도전자의 입장에서 김태형 감독과 다시 만났다.

두 감독의 인연은 특별하다. 이강철 감독은 2018년 두산의 수석·투수 코치로 김태형 감독을 보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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