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연합뉴스) 김현태 기자 = 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1 프로야구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1차전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9회 초 2사 상황에서 타석에 선 두산 박세혁이 솔로홈런을 치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2021.11.9 [email protected]
(대구=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9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 2021년 KBO리그 정규시즌 구원왕 오승환(39·삼성 라이온즈)이 마운드에 올랐다.
3-4로 끌려가던 삼성은 오승환을 내세워 9회초 수비를 마무리하고, 9회말 반격을 가하고자 했다.
그러나 박세혁(31·두산 베어스)의 생각은 달랐다.
박세혁은 9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플레이오프(PO) 1차전, 오승환의 2구째 몸쪽 낮게 날아오는 직구를 걷어 올려 오른쪽 담을 훌쩍 넘어가는 솔로 아치를 그렸다.
올해 정규시즌 96경기에서 담장을 넘기지 못했던 박세혁의 2021년 개인 '1호 홈런'이었다. 더불어 포스트시즌만 따져도 개인통산 31경기, 106타석 만에 처음 맛본 홈런이었다.
이날 두산은 삼성은 6-4로 꺾었다. 박세혁의 홈런이 나온 뒤 1점을 더 추가했다.
삼성도 9회말 구자욱의 솔로포로 1점을 얻었다.
박세혁이 친 개인 첫 포스트시즌 홈런은 두산 승리를 확정 짓는 귀한 홈런이었다.
기적과 같은 두산의 이번 포스트시즌 행보에, 박세혁은 빛나는 조연 역할을 하고 있다.
정규시즌을 4위로 마친 두산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키움 히어로즈, 준PO에서 LG 트윈스와 혈투를 벌이며 PO까지 올라왔다.
에이스 아리엘 미란다가 어깨 통증으로 이탈하고, 팔꿈치를 다친 워커 로켓은 이미 미국으로 건너간 터라 두산은 국내 투수만으로 포스트시즌을 치른다.
"키움, LG에 투수력에서 밀린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지만, 두산은 두 번의 시리즈(와일드카드 결정전·준PO)에서 승자가 됐다.
3전2승제의 PO에서도 1차전을 잡았다.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김태형 두산 감독이 경기 중에 박세혁과 대화하는 장면이 자주 나왔다. 포수 출신의 김 감독은 박세혁에게 볼 배합에 관해 조언하거나, 투수 구위에 관한 박세혁의 의견을 들었다.
감독과 의견을 나눈 박세혁은 든든하게 '그라운드 위 사령관' 역할을 했다.
두산 투수들도 "박세혁 선배를 믿고 던졌다"고 밝혔다.
박세혁은 "포수는 투수를 믿어야 한다. 그래야 투수가 따라올 수 있다"며 "투수력이 약해진 건 사실이지만 그걸로 인해서 경기가 좌지우지됐다는 말을 듣기 싫어서 조금 더 준비를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대구=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1 프로야구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1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9회초 두산 박세혁이 솔로 홈런을 치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2021.11.9 [email protected]
타석에서도 박세혁은 맹활약 중이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2경기에서 7타수 4안타 2타점, 준PO 3경기에서 8타수 4안타 1타점을 올리더니 PO 1차전에서도 3타수 1안타 1타점을 생산했다. 올해 포스트시즌 중간 성적은 16타수 9안타, 타율 0.563이다. 도루도 2개나 성공했다.
박세혁은 이미 올해 정규시즌에서 기적을 일궜다.
박세혁은 올해 4월 16일 잠실 LG와의 경기, 8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상대 좌완 불펜 김대유의 3구째 몸쪽 직구에 맞고 쓰러졌다.
안와 골절 부상을 당한 박세혁은 4월 19일에 수술을 받았고, 이후 재활에 몰두했다.
점점 훈련량을 늘리던 박세혁은 5월 27일 재검진을 했다. 큰 이상이 없다는 소견을 받으면서 6월부터 실전 테스트를 시작했다.
6월 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경기에서 1군 무대에 복귀한 박세혁은 "솔직히 불안했다. 표현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수술하면 좋아지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털어놓으며 "다시 야구를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정규시즌 성적은 타율 0.219, 30타점으로 만족스럽지 않았다. 홈런은 한 개도 치지 못했다.
하지만 박세혁은 불안한 마음을 꾹 누르고, 가을 무대를 준비했다.
'끝판왕' 오승환을 상대로 친 귀한 홈런은 다사다난했던 올해를 잘 버틴 박세혁이 자신에게 준 선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