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언더핸드 투수 엄상백(25)은 kt wiz가 보유한 비장의 무기다.
지난 7월 상무에서 제대한 엄상백은 kt에 합류한 뒤 프로야구 정규시즌 두 달 동안 4승 1패 평균자책점 4.10의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뒀다.
그는 10경기 중 9경기는 선발로, 1경기는 불펜으로 뛰는 등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기도 했다.
선발, 불펜을 가리지 않은 전천후 투수 엄상백은 14일 시작하는 두산 베어스와 한국시리즈(KS)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엄상백이 기대를 받는 이유는 독특한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엄상백은 언더스로우 투수로는 드물게 시속 150㎞대 강속구를 던진다. 좌완투수, 혹은 정통파 우완투수의 뒤를 이어 등판하면 상대 팀 타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
상대가 우타자라면 효과는 배가 된다. 엄상백은 승부처에서 활용할 수 있는 핵심 자원으로 꼽힌다.
그런데 이강철 kt 감독은 엄상백 활용안을 놓고 고민 중이다.
이 감독은 11일 취재진에게 "KS에서 엄상백을 활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왜일까.
이강철 감독은 포스트시즌(PS)을 처음 경험한 지난 시즌을 마치고 많은 것을 깨달았다. PS에서의 선수 운용법은 정규시즌과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강철 감독은 "긴장감, 부담감이 큰 PS는 기량이 좋은 선수가 활약하는 게 아니라 가진 기량을 최대한 발휘하는 선수가 활약하더라"라며 "선수의 멘털, 자신감 등 보이지 않는 요소를 파악해 선수를 기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순히 선수의 기량과 정규시즌 데이터만 가지고 기용 안을 짤 수는 없다는 의미다.
2015년 kt에 입단한 엄상백은 아직 PS 출전 경험이 없다. kt가 처음 가을 무대를 밟은 지난해엔 군 복무 중이었다.
단기전은 한순간에 경기 분위기가 바뀔 수 있고, 이는 시리즈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긴장과 부담을 안고 있을 엄상백을 승부처에 쓰기엔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
이강철 감독은 "엄상백의 멘털 등 여러 가지 환경을 종합했을 때 그를 어느 순간에 넣을지는 상황에 따라 판단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강철 감독은 KS에서 모험이 아닌 안정된 팀 운용으로 우승을 노리겠다는 입장이다.
강력한 엄상백 카드를 놓고 고민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