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김천 상무가 17일 2021시즌 K리그2 우승을 확정하고 다음 시즌 1부 무대에서 뛰게 된 데엔 김태완(50) 감독의 리더십을 빼놓을 수 없다.
선수로 뛰었던 상무에서 2002년부턴 줄곧 지도자로 활동하면서 누구보다 팀의 사정을 잘 아는 그는 사령탑으로서 처음 2부로 내려오자마자 1부 복귀를 이끌었다.
선수 시절 센터백이었던 김 감독은 대학 졸업 이후 1994년 실업축구 한일은행에서 뛰다 1995∼1996년 상무에서 생활했다.
이후 1997년 대전시티즌(현 대전하나시티즌)의 창단 멤버로 들어가 2001년까지 뛰고서 유소년 지도자 제의를 받자 현역 생활을 이어가려 팀을 떠났으나 새로운 둥지를 찾기가 여의치 않게 되면서 지도자의 길에 접어들었다.
2002년 광주와 연고 협약을 맺고 K리그 참가를 준비한 상무의 지도자 제안을 받고 합류한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졌다.
감독으로 팀을 이끌기 시작한 건 2017년부터다. 이전까지 수석코치를 맡다가 고(故) 조진호 감독이 당시 부산 아이파크로 옮겨가면서 지휘봉을 이어받았다.
첫해 팀이 1부 정규리그 11위에 머물러 승강 플레이오프로 끌려간 끝에 가까스로 잔류에 성공했는데, 초보 사령탑의 시행착오를 한 번 이겨낸 김 감독은 이후 매년 성적을 끌어올렸다.
이듬해 상무는 K리그1 10위로 잔류에 성공했고, 2019년엔 7위로 올라섰다.
그리고 지난해엔 K리그1 상위 스플릿 진입을 달성한 뒤 4위로 마쳤다.
상주에서 김천으로의 연고지 이전을 앞두고 강등이 확정된 가운데 시즌을 치르면서 거둔 역대 최고 성적이었다.
상무는 각 팀에서 한몫하던 선수들이 모여 다른 팀 입장에선 부러워할 법하지만, 선수 구성이 수시로 크게 바뀌는 건 지도자에겐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성적에 따른 경제적 보상 등도 어려운 환경인데다 지난해엔 강등까지 정해졌으니 선수들이 동기부여를 갖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김 감독이 제시한 건 '행복 축구'였다.
선수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축구만큼은 마음껏 펼쳐 보이는 것을 우선 목표로 뒀다. "치열한 전쟁터를 놀이터처럼 만들어야 한다"는 게 그의 모토였다.
그렇다고 마냥 '즐기기'만 한 것은 아니다. 선수단 특성에 맞게 유연한 전술적 대처로 결과가 필요할 때는 확실히 만들어냈다.
2부로 내려온 이번 시즌엔 초반 만만치 않은 적응기를 겪기도 했으나 이날 부천FC와의 경기까지 14경기 무패(10승 4무)를 이어오며 감독 생활 첫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김 감독은 팬들 사이에선 삭발 스타일이 비슷한 잉글랜드 맨체스터 시티의 페프 과르디올라 감독에 빗댄 '펩태완', '관물대올라(관물대+과르디올라)' 등의 별명으로 불려왔는데, 이젠 그를 진짜 '명장' 대열에 올려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