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골프가 마음대로 되면 전 이미 은퇴해서 제2의 인생을 재미있게 살고 있겠죠?"
여자 골프 세계 랭킹 2위 고진영(26)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한국 선수 200승과 세계 랭킹 1위 탈환 등에 의욕을 내보이면서도 "골프는 마음대로 되지 않는 스포츠"라며 조심스러워했다.
고진영은 21일 부산 기장군 LPGA 인터내셔널 부산(파72·6천726야드)에서 개막하는 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총상금 200만 달러)에 출전한다.
20일 대회 장소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고진영은 "2년 만에 이 대회에 다시 나와 설레고, 2년 전에는 팬 여러분과 함께했는데 올해 그러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대회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열리지 못했고, 올해는 무관중 대회로 진행된다.
고진영은 이 대회에서 '세 마리 토끼' 사냥에 나선다.
먼저 이 대회에서 한국 선수가 우승하면 한국 선수의 LPGA 투어 통산 200승이 되고, 고진영이 우승할 경우 세계 1위 자리도 탈환할 수 있다.
또 21일 1라운드에서 60대 타수를 치면 LPGA 투어 사상 최초로 15라운드 연속 60대 타수를 달성하게 된다.
(웨스트 콜드웰 AP=연합뉴스) 미국 뉴저지주 웨스트 콜드웰의 마운틴 리지 컨트리클럽에서 10일(현지시간)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코그니전트 파운더스컵에서 우승한 고진영이 동료 선수인 브룩 헨더슨(캐나다)과 개비 로페스(멕시코)가 터뜨린 샴페인 세례를 받으며 기뻐하고 있다. 대회 2연패를 달성한 고진영은 LPGA 통산 10승 고지를 넘어섰다. [email protected]
고진영은 "제가 이번 대회 우승으로 200승 주인공이 되고, 1위도 탈환한다면 더없이 좋은 시나리오가 되겠지만 골프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며 "만일 골프가 마음대로 된다면 저는 지금 이미 은퇴해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1일 끝난 파운더스컵에서 우승하는 등 최근 4개 대회에서 우승 2회, 준우승 1회의 성적을 낸 그는 "다시 세계 1위를 하겠다는 욕심보다 제가 1위였을 때 성장하고, 배운 게 커서 최선을 다해 경기력을 올리려고 한다"고 밝혔다.
고진영은 "파운더스컵 우승으로 LPGA 투어 10승을 채운 것도 의미가 있다"며 "한국 선수 200승을 앞두고 한국에서 대회가 열리는 것이 우연이지만 신기하다. 제가 되면 큰 영광이고 감사한 일이겠지만 다른 선수들도 모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2005년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 14라운드 연속 60대 타수를 친 이후 16년 만에 다시 타이기록을 세운 그는 "사실 파운더스컵 최종 라운드 때 신경을 안 썼다면 거짓말"이라고 털어놓으며 "그 기록이 동기부여가 된 면이 있다"고 말했다.
고진영은 "그 기록을 이번 대회에서 계속 이어갈 수 있다면 좋을 것"이라며 "최선을 다하고 집중하면 내일 15라운드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20라운드, 30라운드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고진영은 기자회견 말미에 아마추어 선수인 조연아로부터 골프 선수로서 삶과 개인적인 생활의 비중을 어떻게 두느냐는 질문을 받고 "골프 선수 고진영보다 인간 고진영의 삶이 중요하다"며 "비율로 따지면 30%와 70% 정도"라고 답했다.
그는 "골프만 잘하려고 남자친구도 못 만나고, 탄산음료도 못 마시면서 골프를 잘 치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라고 되물으며 "행복한 인생이 중요하다"고 후배에게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