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피로가 누적된 투수진의 붕괴에 '곰의 탈을 쓴 여우'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의 전략도 속수무책이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15일 kt wiz와의 프로야구 한국시리즈(KS) 2차전에서 1-6으로 패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내가 불펜 투수들 준비를 늦게 시켜서 불펜 투수들의 몸이 늦게 풀렸다"며 이날 패배의 책임을 자신에게 돌렸다.
이날 김 감독은 선발 최원준(27)이 5회말 kt 타자들에 무너지자 불펜의 핵 홍건희(29)를 곧바로 투입했다. 하지만 홍건희마저 장성우에게 우중간을 가르는 2타점 2루타를 내주면서 마운드를 내려갔다.
김 감독은 "홍건희와 이현승을 투입할 상황이 아닌 것 같아서 최대한 안 쓰려고 했다. 이승진을 바로 쓰려고 했다"면서 "예전 같으면 5회 유한준 타석에서 홍건희를 냈어야 하는데, 지는 상황이고 분위기도 아니어서 되도록 홍건희를 안 쓰고 싶었다"며 늦은 투수 교체 이유를 설명했다.
김 감독은 이날 5회말 kt 박경수와 조용호의 연속안타와 강백호의 고의 사구로 맞은 1사 만루 상황에서 선발 최원준을 내리지 않고 kt 4번 타자 유한준을 상대하게 했다. 하지만 결과는 초구 몸에 맞는 공이 나오면서 대량 실점의 빌미가 됐다.
투수들의 피로 누적과 좀처럼 터지지 않는 타선에 김 감독도 답답한 마음을 호소했다. 특히 이날 손목 통증으로 경기에서 빠진 정수빈의 공백을 아쉬워했다.
김 감독은 "오늘 정수빈이 빠져서 공백이 있었다. 어제도 오늘도 경기 초반 찬스가 연결이 안 된다. 상대에게 흐름을 넘겨주면서 우리가 점수를 주고 끌려갔다"며 "정수빈은 내일 쉬면서 3차전 앞두고 몸 상태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양석환의 계속된 부진에 대해서도 속상함을 감추지 않았다. 양석환은 1·2차전 합계 7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김 감독은 "심신이 지쳤다. 내일은 나도 쉰다. 하지만 양석환은 (타격 훈련을) 하라고 할까 싶다"며 "그래도 기존 선수들이 해야 한다. 정수빈이 나와주면 허경민이 다시 뒤로 가면 된다. 수빈이가 또 안 되면 김재환 다음 타순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다만 타격에서 일말의 희망을 봤다며 3차전에서 반드시 kt에 설욕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김 감독은 "초반에 잘 맞은 타구가 잡힌 것들이 아쉽다"며 "오늘 2패를 했고 불리한 상황이 됐지만, 3차전부터 다시 해야죠"라고 말했다.
2연패에 내몰린 김 감독은 17일 3차전에는 쿠바 출신 '외인 특급' 아리엘 미란다를 투입해 분위기 반전을 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