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오마리 스펠맨이 능력 하나만큼은 아주 좋습니다. 고칠 것만 고치면 되고, 고칠 수 있습니다."(김승기 안양 KGC인삼공사 감독)
프로농구 인삼공사는 21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치른 서울 SK와 홈 경기를 다 잡았다가 놓칠 뻔했다.
20점 차로 앞서다 4쿼터 종료 3분여를 남기고 9점으로 격차가 좁혀진 상황에서 전력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주전 외국인 선수 스펠맨이 흥분해 벤치로 불려들어갔다.
SK 자밀 워니의 반칙을 당한 스펠맨은 심판이 제대로 판정하지 않았다며 강하게 항의했다.
앞서 스펠맨은 여러 차례 판정 불만을 강하게 제기한 터였다.
심판은 그에게 테크니컬 파울을 줬다.
남은 시간 흥분한 스펠맨에게 골밑을 맡길 수 없다고 판단한 김승기 인삼공사 감독은 그를 벤치로 불러들이고 백업 외국인 선수인 대릴 먼로로 남은 시간을 버텼다.
먼로가 다시 10점 차를 만드는 득점을 해내는 등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지 않았다면, 인삼공사는 시즌 처음으로 경기장을 찾은 홈 팬 앞에서 4연패 망신을 당할 수 있었다.
스펠맨은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남자농구 디비전1 우승을 경험한 선수다.
전체 30순위로 지명받아 입성한 미국프로농구(NBA)에서는 평균 6.8득점에 4.3리바운드로 쏠쏠한 성과를 냈다.
인삼공사 팬들은 스펠맨이 지난 시즌 KBL을 폭격한 제러드 설린저만큼 활약해주기를 바란다.
지금까지 기록만 놓고 보면 스펠맨은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25점 10리바운드를 기록 중이고, 이날도 4쿼터 코트를 떠나기 전까지 경기를 완벽하게 지배했다.
그런데 스펠맨의 '욱'하는 성격이 인삼공사의 '폭탄'이 되어가는 모양새다.
경기 뒤 기자회견에 나선 김 감독도 이 점을 인정했다.
김 감독은 "스펠맨이 흥분하면 팀과 동떨어진 플레이를 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4쿼터 테크니컬 파울 뒤) 벤치로 불러들인 것도 그래서다"라고 말했다.
이어 스물 네살인 스펠맨이 아직 어린 선수여서 충분히 나아질 여지가 있으며, 자신이 그렇게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스펠맨이 흥분을 잘하고 어려서 그렇지, 말은 잘 듣는다. 지적하면 스스로 고치려고 한다"면서 "스펠맨은 능력 하나만큼은 정말 좋은 선수다. 고칠 것만 고치면 되고, 고칠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김 감독은 서른다섯 베테랑인 먼로가 사실상 스펠맨의 '전담 코치' 역할을 한다며 고마운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 감독은 "스펠맨이 흥분할 때 먼로가 잘 타이르는데 그게 도움이 되는 것 같다"면서 "오늘 먼로가 경기를 잘 끝내 준 점에 대해서도 고맙다"고 말했다.
다만, 스펠맨은 코트 위에서 열정의 온도를 조금 낮출 마음이 없어 보인다.
김 감독에 이어 기자회견장에 들어온 스펠맨은 "오늘 테크니컬 파울을 받기는 했지만 큰 신경은 안 쓴다"면서 "계속 코트에서 열정적으로 플레이하려고 한다"고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