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프로야구 kt wiz는 2013년 우여곡절 끝에 KBO리그에 입성했다.
당시 KBO리그는 국민적인 인기를 바탕으로 제9구단 NC 다이노스의 창단을 끌어냈는데, 짝수 구단 운영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따라 제10구단 발족 결정이 물 흐르듯 이어졌다.
제10구단 후보는 두 곳이었다. 수원을 홈으로 내세운 kt와 전북을 홈으로 삼은 부영그룹이었다.
kt는 한국야구위원회(KBO) 평가위원회와 이사회 결정을 거쳐 제10구단 운영 주체로 선정됐다.
조범현 초대 감독을 선임한 kt는 많은 응원 속에 태동했다. 그러나 창단 초기 전용 훈련장을 마련하지 못한 kt는 어쩔 수 없이 열악한 환경에서 서러운 시간을 보냈다.
선수단은 마땅한 홈구장에 없어 연고지인 수원시에 자리 잡은 성균관대학교 자연과학캠퍼스 야구장을 빌려 '셋방살이' 훈련을 진행했다.
학교 시설을 빌려 쓰다 보니 전용 식당을 마련할 수 없어 선수들은 야구장에 간이 테이블을 놓고 식사를 해결했다.
팬들도 관중석 없는 야구장에서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선 채로 지켜봐야만 했다.
2014년 퓨처스리그에 뛰어든 kt는 열악한 환경에도 41승 37패 10무 승률 0.526의 성적으로 북부리그 3위를 차지하는 등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뒀다.
그리고 2015년 1군 무대에 합류했다.
2014년 3월 29일 오전 경기도 수원야구장에서 프로야구 10구단 수원 KT 위즈 출정식이 열려 초대 사령탑 조범현 감독(왼쪽)이 힘차게 구단기를 흔들고 있다. 2014.3.29 [연합뉴스 자료사진]
kt는 20인 보호선수 외 특별지명으로 이대형, 김상현, 용덕한 등 총 9명의 선수를 뽑았고 자유계약선수 박경수, 김사율, 박기혁을 영입하면서 전력을 강화했다.
여전히 전력은 상대적으로 약했다. kt는 2015년 3월 28일 롯데 자이언츠와 창단 첫 정규시즌 경기에서 9-12로 패하는 등 개막 후 11연패를 기록했다.
첫 승은 4월 11일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를 상대로 거뒀다. 외국인 투수 크리스 옥스프링의 호투를 발판삼아 6-4로 승리하며 감격스러운 1승을 거뒀다.
그해 kt는 압도적인 격차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2016년에도, 2017년에도 kt는 꼴찌였다.
kt는 2대 사령탑인 김진욱 감독 체제로 탈바꿈했지만, 2018년에도 전력 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9위로 마감했다.
팀 성적엔 큰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선수단은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수년간 최하위를 기록하면서 뽑은 대어급 신인 선수들이 성장하기 시작했고, 트레이드와 자유계약선수(FA)로 영입한 주요 선수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강팀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이강철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2019년엔 창단 후 처음으로 5할 승률을 기록했다.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과 마운드 안정화, 강백호의 무서운 성장 등이 맞물리면서 강팀으로 거듭났다.
17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 3차전 kt wiz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kt의 3-1 승리로 끝났다.
경기 종료 뒤 kt 내야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시리즈 전적 3승을 기록한 kt는 1승만 보태면 정규 리그와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차지하게 됐다. 2021.11.17 [email protected]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리고 2020년, kt는 창단 후 처음으로 가을 잔치에 진출했다.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 윌리엄 쿠에바스, 소형준, 배제성이 10승 이상을 거두며 '선발 야구'를 구축했고, 타선에선 최우수선수상(MVP)을 받은 멜 로하스 주니어와 강백호 등이 리그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팀을 이끌었다.
첫 가을야구의 결과는 쓰렸다.
큰 경기 경험이 없었던 kt 선수들은 두산 베어스와 플레이오프(PO)에서 긴장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1승 3패로 무기력하게 무릎을 꿇었다.
10월 31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1 신한은행 쏠(SOL) KBO 정규시즌 1위 결정전 kt wiz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에서 kt가 1:0으로 승리하며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 짓고 나서 kt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2021.10.31 [email protected] [연합뉴스 자료사진]
1년을 다시 기다린 kt는 창단 8년 만인 올해 KBO리그 최고 자리에 올랐다.
kt는 기존 전력을 유지하면서 제대한 언더핸드 투수 고영표의 합류로 강력한 마운드를 완성했다.
정규시즌 막판 극심한 타격 슬럼프로 삼성 라이온즈에 선두 자리를 내주기도 했지만, KBO리그 최초의 1위 순위결정전(타이브레이커)에서 승리하며 한국시리즈(KS) 직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kt는 두산과 KS에서 유한준, 박경수 등 고참 선수들의 투혼과 젊은 선수들의 패기를 앞세워 시리즈 전적 4-0으로 승리하고 그토록 기다렸던 KS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