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는 7전 4승제의 한국시리즈(KS)에서 1, 2차전을 내주며 벼랑 끝으로 몰렸다.
반등할 방법을 찾으려면, 아픈 기억을 떠올려야 한다.
1982년부터 2020년까지 38번 열린(1985년은 KS 없이 전후기 통합우승) KS에서 한 팀이 1, 2차전을 모두 승리한 건 19번이었다. 이 중 2패에 몰린 팀이 역전 우승에 성공한 건 단 두 번(10.5%)뿐이다.
공교롭게도 두산이 두 번 모두 희생양이 됐다.
두산은 2007년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와 맞서 KS 1, 2차전에서 승리했지만 내리 4경기를 내줘 준우승에 그쳤다.
삼성 라이온즈와 맞붙은 2013년에도 1, 2차전을 잡았지만, 3승 4패로 KS를 마감했다.
2007년과 2013년 SK와 삼성은 3차선 선발 투수 덕에 KS 변곡점을 만들었다.
2007년 3차전 SK 선발 마이크 로마노는 6이닝 4피안타 1실점 호투로 팀의 9-1 승리를 이끌었다.
분위기를 바꾼 SK는 4차전에서 당시 신인이던 김광현을 깜짝 선발 카드로 내세웠고, 김광현은 7⅓이닝 1피안타 무실점 9탈삼진의 눈부신 투구를 펼쳤다.
KS 3, 4차전 외국인 투수와 영건의 활약 속에 KS를 원점으로 되돌린 SK는 5, 6차전도 잡으며 창단 첫 우승을 차지했다.
삼성이 2013년 3차전 선발로 내세운 장원삼도 6⅓이닝 4피안타 2실점으로 역투했다. 당시 삼성은 3-2로 승리했다.
장원삼은 7차전에서도 선발 등판해 5⅔이닝 6피안타 2실점(1자책)으로 잘 던졌다.
1승 3패까지 몰렸던 삼성은 5, 6, 7차전에서 승리하며 극적으로 KS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2021년 두산은 17일 서울시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kt wiz와의 KS 3차전 선발로 아리엘 미란다를 내세운다.
미란다는 현재 두산이 쥔 최고의 반격 카드다.
올해 정규시즌에서 14승 5패 평균자책점 2.33, 225탈삼진을 기록한 미란다는 자타공인 '2021년 KBO리그 최고 투수'다.
평균자책점과 탈삼진 부문 1위를 차지했고,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21회로 공동 1위, 퀄리티스타트플러스(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12회로 단독 1위에 올랐다.
미란다는 고(故) 최동원 전 한화 이글스 2군 감독이 1984년 롯데 자이언츠에서 만든 한 시즌 최다 탈삼진(223개) 기록을 넘어서며 화제도 모았다.
두산이 와일드카드 결정전, 준플레이오프(준PO), PO를 뚫는 동안 미란다는 단 한 번도 등판하지 못했다.
정규시즌 말미에 어깨에 불편함을 느낀 미란다는 짧은 재활을 하며 팀의 KS 진출을 기원했다.
두 차례 불펜 피칭을 무사히 마친 미란다는 개인 첫 KBO리그 포스트시즌 등판을 KS 3차전에서 한다.
다만 10월 24일 잠실 LG 트윈스전 이후 24일 만에 등판하는 미란다가 정규시즌처럼 긴 이닝을 소화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경기 중에 미란다 상태를 보며 투수진을 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타자들의 반등도 절실하다.
키움 히어로즈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2경기 두산의 팀 타율은 0.346이었다. LG 트윈스와의 준PO 3경기 팀 타율 0.306, 삼성 라이온즈와의 PO 2경기는 0.380을 찍으며 상대를 압도했다.
그러나 KS 1, 2차전에서 두산의 팀 타율은 0.242로 뚝 떨어졌다. kt의 KS 팀 타율은 0.262다.
2007년 KS 1, 2차전에서 총 3득점에 그쳤던 SK는 이후 4경기에서 22점을 뽑았다.
삼성 타선도 2013년 KS 1∼4차전에서 총 7득점으로 침묵하다가 5∼7차전에는 20점을 얻으며 역전 우승을 완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