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17일 한국도로공사를 세트 스코어 3-0으로 따돌린 뒤 등번호 9번을 단 세터 김현지를 중심으로 모여 손가락 9개를 펴고 9연승을 자축하고 있다.
[현대건설 배구단 인스타그램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여자 프로배구 선두 현대건설의 기세가 하늘을 찌른다.
현대건설은 17일 한국도로공사를 세트 스코어 3-0으로 제압하고 시즌 개막 후 9연승을 질주했다.
현대건설은 20일 IBK기업은행을 물리치면 2009-2010시즌, 2010-2011시즌에 각각 달성한 팀 최다 10연승과 타이를 이룬다.
김종민 도로공사 감독이 경기 후 "졸전에 가까웠다"고 완패를 시인할 정도로 현대건설은 빈틈없이 도로공사를 몰아붙였다.
양쪽 날개와 중앙 센터진을 활용한 다양한 공격은 물론 높은 블로킹, 그물 수비 등 빠지는 구석이 하나도 없다.
경기 내용을 살피면 현대건설의 압도적인 시즌 초반을 잘 알 수 있다.
현대건설은 승점 26을 쌓았다. 1라운드 마지막 경기였던 신생팀 페퍼저축은행에 3-2로 진땀승을 거둬 승점 2를 챙겼을 뿐 나머지 경기는 3-0, 3-1로 이겨 승점 3을 온전히 따냈다.
(서울=연합뉴스) 13일 광주 염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프로배구 V리그 현대건설과 페퍼저축은행의 경기. 현대건설 선수들이 승리 후 환호하고 있다. 2021.11.13 [현대건설 배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mail protected]
놀라운 점은 세트 득실률이 5.400에 달한다는 사실이다. 27세트를 따내는 동안 상대 팀에 빼앗긴 세트는 5개에 불과하다.
세트 득실률은 승점, 승리 경기 수 다음으로 팀 순위를 결정하는 세 번째 항목이다.
현대건설은 1라운드에서 GS칼텍스, 흥국생명, IBK기업은행에 1세트씩 내줬고, 페퍼저축은행에 2세트를 빼앗겨 처음으로 5세트 경기를 치렀다.
2라운드에서는 셧아웃(3-0)으로 3연승을 질주했다.
비록 시즌 초반이지만, 현대건설의 세트 득실률 수치는 최근 10년간 성적을 볼 때 경이적이다.
선두 팀의 한 시즌 최종 세트 득실률은 대개 1점대 후반을 찍는다.
여자부의 경우 2012-2013시즌(25승 5패). 2013-2014시즌(24승 6패) 최강으로 군림한 IBK기업은행이 세트 득실률에서도 2.581, 2.533이라는 독보적인 기록을 남겼다.
현대건설의 초반 페이스는 이를 능가한다. 공수 조화가 탄탄한 현대건설을 상대하는 팀은 승리는커녕 한 세트도 뺏는 데에도 버거움을 느낄 법하다.
세트를 내주지 않고 경기를 빨리 끝내면 현대건설은 체력도 아끼고 승점도 얻어 일석이조 효과를 누린다.
장기 레이스를 치르다 보면, 부상 선수의 출현은 피할 수 없다. 정규리그 중후반에는 주전들의 체력 문제도 등장한다.
게다가 이번 시즌에 페퍼저축은행의 가세로 여자부 팀당 경기 수도 6경기나 늘었다.
결국 현대건설의 상승세에도 언젠가는 제동이 걸리겠지만, 2라운드 중반까지 보여준 경기력만큼은 괄목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