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2021시즌 프로축구 K리그2 영광의 얼굴이 모인 18일 대상 시상식에서 가장 바쁜 선수는 안병준(31·부산 아이파크)이었다.
시상식 초반 개인 기록에 따라 예정된 최다득점상 트로피를 가장 먼저 받은 그는 시즌 베스트11 공격수로 선정돼 또 한 번 무대에 올랐고, 대미를 장식하는 최우수선수(MVP) 시상 때도 주인공으로 섰다.
득점상과 베스트11을 받으면서 안병준은 연이어 구단 임직원과 히카르도 페레즈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 동료 선수들에게 또박또박 한국어로 고마움을 전하고, 가족, 팬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건넸다.
"항상 겸손하고, 주변 사람에게 감사함을 잊지 않고 계속 노력해 나가겠다. 최선을 다해 좋은 선수가 되겠다"고 포부도 밝혔다.
하지만 마지막 MVP로 이름이 불린 뒤 권오갑 프로축구연맹 총재에게서 트로피를 받고서 소감을 말하기 시작할 땐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이렇게 훌륭한 선수들이 많은 가운데 MVP를 받게 돼 영광스럽다"고 운을 뗀 뒤 울컥한 그는 한참을 말을 잇지 못한 채 훌쩍였다.
객석에서 격려의 박수가 나온 뒤 마음을 추스른 안병준은 "올해 1년간 행복하게 축구 하게 해 준 부산이라는 팀에 정말 많이 감사하다"고 어렵게 말을 이어나갔다.
"제가 작년에 겨울에 정신적으로 매우 힘든 상황에 있을 때 손을 내밀어주고 믿어준 덕분에 제가 올해 이렇게 잘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 감사함 평생 간직하고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시상식을 마치고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안병준은 "겨울에 강원FC 메디컬 테스트가 잘되지 않아 며칠간 정말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때 기억이 좀 났다"고 눈물의 의미를 설명했다.
지난해 수원FC 소속으로 맹활약하며 승격을 이끌고 K리그2 득점왕과 MVP를 차지했던 안병준은 K리그1 강원의 러브콜을 받아 이영재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이적을 눈앞에 뒀으나 메디컬테스트에서 불발된 바 있다.
강원이 안병준의 무릎 상태에 문제를 제기하면서다. 안병준은 과거 일본 J리그에서 뛸 때 무릎 연골 수술을 받은 적이 있다.
이 때문에 강원행이 무산된 뒤 부산의 선택을 받고 K리그2 무대에 다시 선 안병준은 이번 시즌 23골을 터뜨리며 다시 득점왕에 오르고 MVP도 2년 연속 받아 리그 최고 선수로 인정받았다.
안병준은 "그때 힘내라고 연락해주신 분들도 많았고, 와이프와 일본에 있는 가족들도 곁에서 위로해줬다. 그 힘든 며칠 간의 생각이 났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에는 팀이 승격해서 개인상에 대한 기쁨과 자신감이 더 컸다. 올해는 개인적인 것은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가운데 3관왕을 받게 돼 팀 성적에 대해 죄송함도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안병준은 "어려운 시기에 손을 내밀어 준 팀이라 부산의 믿음이 없었다면 이렇게 하지 못했다는 것에 큰 감사함을 느낀다"고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