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 3차전 kt wiz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8회말 무사 상황에서 kt 2루수 박경수가 두산 박세혁의 타구를 잡아 1루로 송구하고 있다. 2021.11.17 [email protected]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3경기 타율 0.250. 겉으로 드러난 성적은 초라하지만, kt wiz 박경수(37)가 2021 프로야구 한국시리즈(KS)에서 보여준 활약상은 단순히 숫자로 표기하기 어렵다.
박경수는 프로 데뷔 18년 만에 처음으로 밟은 KS 무대에서 몸을 던지는 살신성인의 모습으로 kt의 창단 첫 통합 우승을 이끌었다.
kt가 18일 4승 무패로 통합 우승을 확정한 뒤 기자단 투표에서 박경수는 유효표 90표 중 67표를 얻어 생애 첫 KS 최우수선수상(MVP)을 거머쥐었다. 부상으로 상금 1천만원도 받았다.
황재균은 11표, 강백호는 7표를 받았고, 윌리엄 쿠에바스가 4표, 김재윤이 1표를 얻었다.
박경수는 이날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S 4차전에서 kt의 통합우승이 확정된 뒤 목발을 짚고 그라운드에 나와 동료들과 기쁨을 나눴다.
박경수는 2021년 가을야구의 가장 빛난 별이었다.
그는 지난 15일 KS 2차전 1회 무사 1, 2루 위기에서 두산 호세 페르난데스의 강습 타구를 몸을 날려 잡으면서 병살로 연결, 팀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18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4차전 kt 대 두산의 경기.
창단 첫 통합우승을 달성한 kt 선수들이 한국시리즈 도중 부상한 박경수와 함께 환호하고 있다. 2021.11.18 [email protected]
대다수 선수가 KS 경험이 없는 kt는 박경수의 호수비로 긴장감을 씻어내고 상승세를 탈 수 있었다.
이강철 kt 감독은 KS의 분수령이었던 2차전을 마치고 "박경수 덕분에 승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경수의 활약상은 17일에 열린 3차전에서도 이어졌다.
그는 0-0으로 팽팽하게 맞선 5회초 상대 팀 선발 아리엘 미란다를 상대로 기선을 제압하는 좌월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이후 kt는 6회초 공격에서 무사 만루 기회에서 단 한 점도 내지 못하며 경기 흐름을 두산에 내줬다.
kt는 6회말 곧바로 1사 1루 위기에 놓이며 팀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이때 박경수가 경기 흐름을 다시 바꿨다.
상대 팀 박건우의 강습 타구를 몸을 던져 잡아낸 뒤 2루로 송구, 두산 1루 주자 정수빈을 잡았다.
포구 과정에서 중심축이 무너졌지만, 정확한 송구로 두산에 찬물을 끼얹었다.
17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 3차전 kt wiz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8회말 무사 주자 1루에 kt 2루수 박경수가 두산 안재석이 친 우익수 쪽 타구를 잡으려다 넘어지며 부상을 당한 뒤 구급차에 실려 경기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2021.11.17 [email protected]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날 경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박경수는 8회말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수비 도중 상대 팀 안재석의 깊숙한 뜬 공을 처리하려다 넘어지면서 오른쪽 종아리 근육이 파열됐다.
그는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됐고, KS에 더는 뛰지 못한다는 소견을 받았다.
박경수는 부상 때문에 KS 4차전에 나서지 못했지만, 그의 투혼은 kt 선수들을 똘똘 뭉치게 하는 계기가 됐다.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18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4차전 kt wiz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6회말 kt 박경수가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2021.11.18 [email protected]
경기 전 kt 최고참 유한준은 "박경수가 목발을 짚고 운동장에 나와 눈물이 핑 돌았다"며 "모두가 한마음으로 오늘 경기에서 꼭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kt는 박경수가 뿌린 투혼의 무대에서 두산을 압도하며 시리즈 전적 4승 무패로 창단 첫 KS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성남고 1학년에 재학 중이던 2000년 청룡기 대회 우승이 '마지막 우승의 기억'이라던 박경수는 21년의 긴 기다림 끝에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