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18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4차전 kt 대 두산 경기 8-4 승리로 창단 첫 통합우승을 달성한 kt 선수들이 이강철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 2021.11.18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1996년, 만 서른 살의 해태 타이거즈 잠수함 투수 이강철은 현대 유니콘스와의 한국시리즈(KS)에서 2승 1세이브 평균자책점 0.56의 눈부신 호투를 펼치며 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25년이 지났다.
2021년 가을, 이강철 감독은 막내 구단 kt wiz를 이끌고 '마법 같은 가을 드라마'를 썼다.
정규시즌 1위를 빼앗길 위기에서 페넌트레이스 최종전(10월 30일 SSG 랜더스전)에서 승리하며 정규시즌 1위 결정전을 성사시키더니, 10월 31일 삼성 라이온즈를 꺾고 kt에 창단 첫 정규시즌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
KS에 직행한 kt는 7전 4승제의 시리즈를 4경기 만에 끝내며 통합우승(정규시즌·KS 우승)을 완성했다.
이강철 감독은 18일 서울시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년 한국프로야구 KBO리그의 마지막 경기이자 KS 4차전에서 두산 베어스를 8-4로 꺾고 우승을 확정한 뒤에도 평정심을 유지했다.
그는 "현역 시절에도 KS에서 우승할 때(1989, 1991, 1993, 1996, 1997년), 대단한 성취감 뒤에 몰려오는 허무한 감정에 빠지곤 했다. 오늘도 경기 직후에는 그런 감정을 느꼈다"며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또 우승하고 싶다. 어떤 감정인지 표현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 감독은 기쁨을 만끽하지는 못하지만,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모든 걸 쏟아내는 유형의 야구인이다.
그는 kt 최초 우승 사령탑이 되길 원했고, KS MVP 출신으로는 최초로 KS 우승 감독이 되는 기록도 의식했다.
이강철 감독은 "KS MVP 출신 우승 감독이 없다는 얘기를 듣고, 은근히 욕심이 생기더라"고 웃었다.
현역 시절 최초로 10시즌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둔 '잠수함 투수' 이강철은, 사령탑이 된 후에도 '최초'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18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4차전 kt 대 두산 경기.
창단 첫 통합우승을 달성한 kt 선수들이 이강철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 2021.11.18 [email protected]
-- 우승하고 나니 어떤가.
▲ 9회말 2사까지 긴장하고 있었다. 그런데 9회말이 끝나는 순간에는 특별한 감정을 느끼지 않았다. 물론 KS 우승은 정말 기분 좋은 일이다. 그러나 나는 현역 시절에서 KS에서 우승한 뒤 성취감 뒤에 찾아오는 허무한 감정을 빨리 느꼈다. 그래도 또 우승하고 싶다. 우승에 도전하는 과정을 즐기는 것 같기도 하다.
-- KS를 4승으로 끝냈다.
▲ 3승을 하고 난 뒤에도 나는 걱정에 휩싸여 있었다. KS에 직행한 우리도 이렇게 힘들었는데, 와일드카드결정전부터 KS까지 치른 두산은 얼마나 힘들었겠나. 오늘 끝내고 싶었지만, 끝낼 수 있다고 장담하지 못했다. 그래서 윌리엄 쿠에바스를 불펜으로 기용하지 않고, 5차전에 대비했다. 물론 경기 중간에 '쿠에바스를 불펜으로 써야 했나'라는 생각이 들긴 했다.(웃음) 오늘 선발 배제성(5이닝 3피안타 3실점)이 1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호투를 했다.
-- KS MVP 출신 최초로 KS에서 우승한 감독이 됐다.
▲ 이번 KS를 준비하던 중에 그런 기록이 있다는 걸 알았다. 그 말을 들으니, 은근히 최초 기록을 세우고 싶더라. 오늘 경기 중에도 문득 '내가 최초 기록을 세우나'라고 생각했다.
-- 통합우승 원동력이 있다면.
▲ 나보다 먼저 kt를 이끄신 조범현·김진욱 감독님이 좋은 팀을 만드셨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나는 창단 초기보다 좋은 전력의 팀을 맡았다. 조 감독님, 김 감독님과 함께 성장한 야수들이 주전으로 자리 잡고, 최근 2년 동안 선발진과 불펜진이 자리 잡으면서 kt가 여기까지 왔다.
-- 고영표를 KS에서 불펜으로 돌릴 때 어떤 대화를 했나.
▲ 사실 고영표는 서운해했다. 고영표를 설득하지 못했다면, KS에서 불펜으로 투입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도 투수로 뛰었다. 자신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좋은 공을 던질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 나와 영표가 대화하고, (포수) 장성우가 영표와 대화하는 등 과정을 거치면서 영표가 마음을 바꿨다. KS에서는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가 선발로 등판하는 게 유리하다. 또 우리 팀에는 6, 7, 8회를 막아줄 불펜이 필요했다. 다행히 영표가 KS를 시작하기 전에, 생각을 바꿔 '불펜에서 던지겠다'고 말했다. (고영표 대신 선발로 등판한) 배제성이 오늘 시속 150㎞ 직구로 두산 타자들을 잡아내는 걸 보며, 내 판단이 옳았다고 생각했다. 선발 4명(쿠에바스, 소형준,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 배제성)이 잘 막고, 이어 등판한 고영표가 중간에서 필요한 이닝을 잘 막아줬다.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18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4차전 kt 대 두산 경기 8-4 승리로 창단 첫 통합우승을 달성한 kt의 이강철 감독이 관중석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2021.11.18 [email protected]
-- 3차전에서 다친 박경수가 KS MVP에 올랐다.
▲ (3차전 8회) 박경수가 다치기 전에 빼줬어야 했는데…. 내가 쉽게 결정하지 못했다. 그래도 박경수가 KS MVP를 받아서 선수 자신도, 나도 위안받았다. 이번 KS에서 박경수가 정말 중요할 때 잘했다. 큰 경기에서는 베테랑을 믿어야 한다. 박경수 덕에 또 한 번 확인했다
-- 선발 야구로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 투수로 일할 때부터 '감독이 되면 확실한 토종 선발을 만들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선발 투수를 보는 눈이 있다.(웃음) 또한, 인내심도 있다. 젊은 투수가 흔들릴 때도 기회를 줬다. 올해 고영표가 전역 후 엄청난 활약을 하면서 '선발 야구'가 자리 잡았다.
-- 2020년 MVP 멜 로하스 주니어가 팀을 떠났는데도 공백이 크지는 않았다.
▲ 강백호가 올해 더 좋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강백호가 크게 성장했다. 그렇게 우리는 '팀 kt'가 됐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시도는 무엇인가.
▲ 내가 kt에 와서 가장 잘한 결정은 배정대를 주전 중견수로 낙점한 것이다. 강백호를 1루수로 고정하고, 배정대를 주전 중견수로 쓰면서 팀 수비가 안정됐다.
-- KS가 끝났다. 무엇을 하고 싶은가.
▲ 징크스 때문에 최근 매일 술을 한 잔씩하고 잠들었다. 오늘 마지막으로 한 잔 마시고 당분간 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