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2015년부터 2021년까지 한국프로야구 마지막 장면은 두 종류로 나뉜다.
두산 베어스가 한국시리즈(KS) 우승의 기쁨을 누리거나, 준우승의 아쉬움을 곱씹었다.
2021년 KBO리그 마지막 경기가 열린 날, 두산 선수들은 끝내 고개를 숙였다.
두산은 18일 서울시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S 4차전에서 kt wiz에 4-8로 패했다.
두산은 KBO리그 최초로 와일드카드 결정전, 준플레이오프(준PO), PO를 뚫고 KS 무대에 오르는 새 역사를 쓰며 사상 첫 7년 연속 KS 진출의 쾌거를 이뤘다. 그러나 KS에서는 1승도 거두지 못했다.
긴 포스트시즌을 치르는 동안 불펜은 지쳤고, PO까지만 해도 활발했던 타선이 KS에서는 침묵했다.
모두를 놀라게 한 기적의 행보는 kt 구단 첫 통합우승(정규시즌·KS 우승)의 밝은 빛에 가렸다.
하지만, 올해에도 두산 선수들은 '가을 타짜'의 진가를 드러냈다.
전력상 열세라는 평가에 외국인 투수 두 명을 모두 활용할 수 없는 악재 속에서도 KS 무대까지 올랐다.
선발진의 한계와 이영하·홍건희·이현승·김강률 외에는 믿을만한 불펜이 없는 상황에서도 '승기를 잡은 경기'에 전력을 쏟는 김태형 감독의 승부사 기질도 주목받았다.
두산 왕조가 쇠퇴기에 접어들고 있다는 건 구단 내부에서도 느끼고 있다.
공교롭게도 두산은 지난해 NC 다이노스, 올해 kt 등 최근 창단한 구단들의 첫 우승 장면을 'KS 파트너'로 지켜봤다.
김태형 감독이 부임한 2015년부터 올해까지 두산은 7년 연속 KS에 진출해 3차례 우승(2015, 2016, 2019년)을 차지했다.
그러나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정규시즌에서는 일찌감치 선두 싸움에서 멀어졌고, 페넌트레이스를 4위(71승 8무 65패·승률 0.522)로 마쳤다. 김태형 감독 부임 후 가장 낮은 순위였다.
균열은 선발진에서 일어났다.
두산은 아리엘 미란다-워커 로켓-최원준-이영하-유희관을 1∼5선발로 정하고 정규시즌을 시작했다.
미란다는 시즌 초 주춤했지만, 적응기를 끝낸 뒤 올 시즌 KBO리그 최고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워커 로켓도 6월까지는 순항했다.
최원준은 확실한 토종 에이스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영하와 유희관의 부진이 이어졌다.
김태형 감독은 팔꿈치 수술 후 재활을 마친 곽빈에게 꾸준히 기회를 주고, 다른 대체 선발 자원들도 시험하며 버텼다.
타선도 상대를 압도할 수준은 아니었다.
좌완 핵심 불펜 자원인 함덕주를 LG 트윈스에 내주고 영입한 양석환 덕에 오재일(삼성 라이온즈)이 떠난 주전 1루수 자리에는 공백이 없었다.
그러나 김현수(LG 트윈스), 민병헌(은퇴), 양의지(NC 다이노스)에 이어 오재일, 최주환(SSG 랜더스)이 순서대로 떠나며 생긴 '누적 공백'을 모두 메울 수는 없었다.
두산은 전반기를 36승 39패(승률 0.480), 7위로 마쳤다.
포스트시즌 진출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후반기 들어서며 두산은 '왕조 시절의 저력'을 드러냈다.
'쿠바에서 온 닥터K' 미란다는 등판할 때마다 긴 이닝을 소화했고, 불펜 에이스 홍건희가 고비 때마다 등판해 위기를 넘겼다.
미란다는 고(故) 최동원 전 한화 이글스 2군 감독이 1984년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고 세운 223탈삼진을 넘어서는 225탈삼진의 한 시즌 최다 탈삼진 기록을 세웠다.
전반기에 고전하던 정수빈이 살아나면서 타선에 짜임새도 생겼다.
두산은 35승 8무 26패로 후반기 승률 1위(0.574)에 올랐다.
하지만 전반기 부진을 끝내 극복하지 못하고 4위로 정규시즌을 마쳤다.
시즌 말미와 포스트시즌 직전에는 치명적인 악재도 겹쳤다.
전반기 평균자책점 1위였던 로켓은 팔꿈치 통증으로 고전하더니, 9월 30일 LG 트윈스전 등판을 마친 뒤 전열에서 이탈했다. 로켓은 수술을 결심한 뒤, 미국으로 떠났다.
미란다마저 어깨 통증으로 KS 3차전, 한 경기만 등판했다.
PO까지는 토종 투수만으로 버텼지만, 두산 토종 투수진에 누적된 피로는 KS 완패의 원인이 됐다.
'황금세대' 다수가 팀을 떠나고, 김재호와 오재원이 부상과 부진에 시달리면서 두산의 팀 컬러도 변했다.
두산 프런트와 현장은 지난해부터 "황금세대 이후, 새로운 시대를 열 새 얼굴을 발굴해야 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세웠다.
성과도 있었다.
긴 호흡으로 키운 곽빈이 포스트시즌 선발진의 중심으로 자리 잡을 펼칠 정도로 성장했고, 대타 요원이었던 김인태가 주전급으로 도약했다.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양석환은 '우타 거포 갈증'을 풀어줬다.
FA 보상 선수로 지명한 20대 중반의 강승호, 박계범도 김재호, 오재원을 대신할 선수로 자리 잡았다. 신인 내야수 안재석도 재능을 입증했다.
그러나 두산은 리빌딩에만 만족할 팀은 아니다.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세대도 발굴해야 하는 두 가지 숙제를 한꺼번에 해내려는 의지도 있다.
올 시즌이 끝난 뒤에도 두산에서는 다른 구단이 탐내는 대어급 FA가 나온다. 김재환과 박건우는 이번 겨울 FA 시장에서 주목받는 외야수다.
두산은 KS만큼이나 어려운 'FA 전략 수립과 새로운 전력 구축'을 숙제로 받아들었다.
◇ 두산 베어스 최근 7년 성적
연도 | 승률 | 정규시즌 순위 | 포스트시즌 성적 |
2015 | 0.549(79승 65패) | 3위 | 한국시리즈 우승 |
2016 | 0.650(93승 1무 50패) | 1위 | 한국시리즈 우승 |
2017 | 0.596(84승 3무 57패) | 2위 | 한국시리즈 준우승 |
2018 | 0.646(93승 51패) | 1위 | 한국시리즈 준우승 |
2019 | 0.615(88승 1무 55패) | 1위 | 한국시리즈 우승 |
2020 | 0.564(79승 4무 61패) | 3위 | 한국시리즈 준우승 |
2021 | 0.522(71승 8무 65패) | 4위 | 한국시리즈 준우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