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인종과 종교 떠나 둥근 축구공으로 하나되다'
이탈리아 프로축구리그 세리에A 명문 구단 '라치오'가 이용하는 로마 훈련구장. 평소 라치오 선수들이 경기 전 몸을 풀거나 전술 훈련을 하는 이곳에서 21일(현지시간) 이색적인 이벤트가 열렸다. '교황팀'과 '집시팀' 간의 축구 시합이다.
교황이 작년 10월 발표한 회칙 이름인 '모든 형제들'(Fratelli Tutti)로 명명된 교황팀은 가톨릭 사제와 교황청에서 일하는 평신도, 이탈리아에 정착한 이민자, 교황을 호위하는 스위스 근위병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됐다.
심판은 라치오의 간판 공격수 치로 임모빌레가 맡았다.
사회적 포용과 형제애의 가치를 고취하기 위한 친선 경기로 교황청 문화평의회가 주관했다. 세계적으로 가장 차별받는 소수 민족 가운데 하나인 집시를 비롯한 사회적 소외계층을 지원하고자 조성된 로마교구 기금 모금의 성격도 있다.
(로마 AP=연합뉴스) 21일(현지시간) 교황팀-집시팀 주장선수와 기념사진을 찍은 이탈리아 세리에A 구단 라치오 소속 공격수 치로 임모빌레(가운데). 2021.11.22. [email protected]
이 경기에 프란치스코 교황의 관심도 크다.
교황은 경기를 하루 앞둔 20일 경기 참가자들을 바티칸으로 초청해 격려하고 덕담했다.
교황은 이번 경기에 나서는 팀은 장벽 없이 포용을 추구한다면서 "누가 많은 골을 넣는지는 중요치 않다. 여러분들이 함께 만드는 골은 '희망'이 승리하게 하고 '배제'를 패배시키는 골"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지난 9월 슬로바키아 방문 당시 현지 집시 공동체를 방문해 사회적 포용과 관용 정신을 강조한 바 있다.
이번에 교황팀에서 뛴 선수 중에는 그리스 레스보스섬 난민캠프에서 생활하다 가톨릭 자선단체 '산테지디오' 도움 아래 로마에 정착한 이주민 3명이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2016년 레스보스섬 난민캠프를 방문한 뒤 귀국길에 시리아 출신 세 가족을 직접 데려와 정착을 지원한 교황은 내달 초에도 그리스 방문을 계기로 레스보스섬 난민 캠프를 찾을 예정이다.
(바티칸 AFP=연합뉴스) 축구경기가 열리 하루 전인 20일(현지시간) 선수단을 교황청으로 초청해 인사를 나누는 프란치스코 교황. 2021.11.22.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