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021시즌 올해의 선수와 상금왕을 휩쓴 고진영(26)이 "(손목 통증 때문에)연습을 많이 못 해서 지금 결과가 어떻게 나온 것인지 모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고진영은 22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에서 열린 LPGA 투어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총상금 500만 달러)에서 최종합계 23언더파 265타로 우승했다.
시즌 최종전으로 열린 이번 대회 전까지 올해의 선수와 상금 부문 2위였던 고진영은 '역전 쇼'를 펼치며 1위였던 넬리 코다(미국)를 밀어내고 두 부문을 석권했다.
고진영은 2019년부터 상금왕 3연패를 이뤘고, 올해의 선수에는 2019년 이후 2년 만에 두 번째로 선정됐다.
LPGA 투어 상금왕 3연패는 2008년 로레나 오초아(멕시코) 이후 13년 만이고, 한국 선수로는 고진영이 처음이다.
올해의 선수에 두 번 선정된 한국 선수 역시 올해 고진영이 최초다.
올해 5월부터 왼쪽 손목이 아팠다는 고진영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지금 상태는 어제보다 조금 나아졌지만 80% 정도"라며 "대회 전에 연습도 거의 못 했는데 생각보다 샷이 똑바로 나갔고, 퍼트도 잘 됐다"고 말했다.
그는 '연습 없이 우승했으니 앞으로도 그럴 것 아니냐'는 물음에 "그렇진 않다. 연습은 해야 한다"고 답한 뒤 '손목 부상이 없었다면 더 우승했을 것 같으냐'는 질문에는 "아무래도 그렇다. 시즌 초반에 더했을 수 있다"고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는 1라운드 11번 홀에서 손목 통증 때문에 눈물까지 흘렸는데 이때 캐디 데이비드 브루커가 "기권해도 좋다"고 말했을 정도로 손목 통증이 주위에서 보는 것보다 심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날 63타는 자신의 커리어 베스트 스코어라고 밝혔다.
고진영은 "지금까지 최고 점수가 64타였는데 오늘 63타를 쳐 저 자신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날 우승하거나 최소한 준우승을 해야 상금왕, 올해의 선수가 될 수 있었던 고진영은 "긴장하지는 않았다"며 "코다, 하타오카 나사(일본) 등 좋은 선수들과 경쟁하기 때문에 초반에 버디를 많이 잡으려고 했는데 뜻대로 잘 됐다"고 자평했다.
2019년 이후 2년 만에 다시 올해의 선수가 된 그는 "한국 선수 최초로 2회 수상이라 더 영광스럽다"며 "시즌 초반 슬럼프 때는 다시 우승할 수 있을까 생각도 했지만 5번이나 우승해 2019년보다 더 기쁜 것 같다"고 돌아봤다.
최종일 전날 어머니와 50분 넘게 통화했다는 고진영은 "엄마가 부상도 있으니 부담 없이 즐기면서 하라고 말씀해주셨다"며 "캐디인 브루커의 딸 매디가 대회장에 올 때마다 우승했는데 이번에 또 우승했다"고도 전했다.
이날 결정적인 샷으로는 3번 홀(파4) 7번 아이언으로 두 번째 샷을 2.5m에 붙인 것과 8번 홀(파3) 9번 아이언 티샷을 홀 1m 옆으로 보낸 것, 17번 홀(파5) 6번 아이언으로 친 두 번째 샷으로 투 퍼트 버디를 만든 장면을 지목했다.
고진영은 또 대회장인 티뷰론 골프 클럽에 대해 "처음 여기에 왔던 2018년 성적은 안 좋아서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이 코스를 사랑하게 됐다"고 말해 시상식 참석자들의 폭소를 끌어냈다.
그는 지난해 이 대회 우승으로 상금 110만 달러, 올해 150만 달러 등 2년간 260만 달러를 이 코스에서 벌었다.
고진영은 "이 골프장 회원권도 사고 싶다"고 덧붙여 또 한 번 시상식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