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 "북한에서는 자본주의 스포츠로 불리며 생소했던 야구를 통해 남한 사회를 이해하고 세계와 교류할 기회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국내 첫 탈북민 야구 활동 지원 사단법인인 새한반도야구회가 오는 21일 경기도 남양주의 한 야구장에서 출정식을 개최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다.
김성일 새한반도야구회 이사는 20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탈북민 야구단 법인을 세운 배경에 대해 이같이 소개했다.
그는 "탈북민은 사회에서 이방인으로 여겨져 외면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적어도 스포츠에서는 그런 소외 없이 이기고 지는 걸 떠나 서로 교류할 수 있다"며 "야구를 통해 남북 주민이 서로 소통하며 '통일야구'의 역사를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새한반도야구회는 지난 2018년 8월 재일교포 사업가인 김현 현 이사장이 기부금을 내고 야구단을 설립하면서 시작됐다.
어린 시절 재일교포로서 일본 사회에 정착하며 느꼈던 어려움과 스포츠 교류를 통해 적응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탈북민을 위한 야구단 창립에 팔을 걷어붙였다.
처음에는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인 여명학교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청소년 야구단을 만들었다. 이들은 지난 2019년 6월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렸던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서 시구·시타에 나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지난 2019년 6월 1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탈북 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인 여명학교의 '어울림야구단'(현 챌린저스) 학생들이 시구ㆍ시타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훈련 여건이 여의치 않았음에도 온라인 훈련 등을 이어가며 탈북 청소년 야구단을 3기까지 배출하고 더 나아가 올해 3월 탈북 사회인 야구단도 만들었다.
지난 7월에는 통일부 비영리법인 등록도 마쳤다. 약 450개의 통일부 소관 법인 가운데 탈북민 야구 활동을 사업목적으로 삼은 곳은 새한반도야구회가 유일하다.
21일 출정식에서는 탈북 청소년 야구단 '챌린저스'와 탈북 사회인 야구단 '타이거스'가 처음으로 친선경기를 벌일 예정이다.
야구단에는 탈북민 회원들뿐 아니라 남한 주민과 일본인, 미국인 등도 감독·코치와 법인 직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 이사는 "출정식 타이틀을 '세계와의 야구 교류로 떠나는 출정식'으로 잡았다"며 "내년 초 일본 연수와 내년 가을 미국 원정경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계획 중인데 계기가 있을 때마다 야구라는 언어로 통일의 메시지를 전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