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지난 9일 창단 첫 승을 거둔 여자 프로배구 제 7구단 페퍼저축은행은 여전히 1승 7패로 최하위다.
전력 탓에 어쩔 수 없는 현실이지만, 페퍼저축은행 김형실 감독은 올 시즌 노리는 타이틀이 있다.
바로 신인왕이다.
김 감독은 19일 서울시 장충체육관에서 GS칼텍스와의 방문 경기를 앞두고 "우리 팀 선수 구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엘리자벳 이네 바르가(등록명 엘리자벳) 등 주전을 바꿔줄 여유가 없는데, 오늘은 고등학교 졸업 선수들을 대기하도록 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선수들에게 우리 중에서 신인상을 타자고 말했다. 그래서 오늘 경기에서는 고등학생 선수들을 다 기용하려고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페퍼저축은행은 창단팀 특별지원에 따라 올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고졸 예정 선수 5명을 우선 지명했다.
첫 순위로 뽑은 세터 박사랑을 필두로 레프트 김세인·박은서, 센터 서채원 등이다.
이들 덕분에 팀 평균 나이는 20.4세로 무척 젊다.
김형실 감독은 두껍지 못한 선수층을 고려해 주전 선수들의 체력을 안배하고 팀의 주축으로 커나갈 고졸 입단 선수들을 키우고자 '신인왕'이라는 확실한 목표를 제시했다.
숙소가 있는 경기도 용인에서 홈 코트가 있는 광주까지 왕복 길은 아직 선수들에게 멀게 느껴진다.
김 감독은 "엘리자벳이 피곤하다는 말은 많이 한다. 제일 필요한 것이 잠"이라며 "(광주에서) 경기 마치고 밤늦게 이동하다 보니 잠을 잘 자지 못한다고 한다. 하루 내내 쉬고 싶다고 해서 그제 종일 잤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주포인 엘리자벳과 다른 주전들의 체력을 아끼려면 고졸 선수들을 적극 활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들 중 가장 주목을 받은 이는 레프트 공격수 이은지다.
페퍼저축은행이 치른 8경기 전 경기에 출전한 이은지는 아직 득점은 없지만, 리시브 효율 50%를 기록하며 입지를 넓혀가는 중이다.
김세인도 8경기에서 리시브 효율 33.33%를 기록했다.
선수들에게 '할아방'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승리보다는 도전 정신을 강조한다.
김 감독은 "경기 전 선수들에게 오늘 한 세트만 따자고 말하려다 관뒀다. 도전하는 입장에서 평소 하던 전략대로 했으면 좋겠다"며 "디펜딩 챔피언 GS칼텍스라고 위축돼 부족한 플레이가 나올까 걱정이지만 (오늘은) 부담 없이 신나게 플레이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라운드별 1승씩 이번 시즌 6승을 목표로 내건 김 감독은 2승의 제물로 다음달 1일 상대인 흥국생명을 꼽았다.
김 감독은 "오늘 경기가 끝나면 웨이트 트레이닝도 하면서 체력을 준비할 생각이다. 지금 체력을 제일 중시한다"면서 "흥국생명전에서 전력을 다할 생각"이라고 의욕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