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강백호(22·kt wiz)는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한 뒤 "개인 타이틀이 없으면 어떤가. 팀이 우승하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강철(55) kt 감독은 한국시리즈(KS)를 치르던 중 "속마음까지 괜찮겠는가. 개인 타이틀을 놓쳐서 아쉬움이 있을 것"이라며 "그런데 백호가 정말 성숙해졌다. 정말 우승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 KS 우승까지 하면 강백호가 정말 위로받지 않을까"라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kt의 구단 첫 통합우승(정규시즌·KS 우승)을 확정하는 순간,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은 선수가 강백호였다.
18일 서울시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끝난 두산 베어스와의 프로야구 KS 4차전 9회말 2사 후 박세혁의 땅볼 타구를 잡았다.
투수 김재윤이 1루로 달려왔지만, 강백호는 '내가 베이스를 밟겠다'는 사인을 보낸 뒤, 1루를 밟았다.
이후 kt 선수들은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하루 뒤 강백호는 차분하게 감사 인사를 했다.
강백호는 19일 오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해는 정말 많은 경험과 배움이 있던 한 해였다"며 "좋은 선배들과 형들, 팀 메이트를 만나 행복하고 잊을 수 없는 기억을 만들었다"고 팀원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이어 "많은 팬의 응원이 없었다면 통합우승을 일구지 못했을 것이다. 올 한해 많이 사랑해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고 팬들께 고개를 숙이며 "우승이라는 큰 선물을 받아서 행복하다. 내년 더 성숙하고 발전한 선수로 찾아뵙겠다"고 다짐했다.
강백호의 올해 야구 인생 그래프는 'U' 형태였다.
전반기까지만 해도 강백호는 '다관왕이 유력한 최우수선수(MVP) 후보'로 꼽혔다.
전반기에 타율 0.395, 107안타를 치며 '꿈의 4할 타율', 'KBO리그 역대 두 번째 200안타'의 꿈을 키웠다.
하지만 도쿄올림픽에서 부진했고, 예상하지 못했던 '태도 논란'에도 시달렸다. 과한 질책을 받으면서도 강백호는 사과했다.
강백호는 타율 0.347(516타수 179안타), 16홈런, 102타점으로 정규시즌을 마쳤다.
대단한 성적이긴 하지만 타율 3위, 최다안타 2위, 타점 공동 2위로 밀려 개인 타이틀 수상에는 실패했다.
올 시즌 가장 오랫동안 선두 자리를 지키던 kt도 시즌 막판 삼성 라이온즈와 LG 트윈스의 추격에 시달렸다. 결국, 144경기 안에 순위를 결정하지 못하고 10월 31일 1위 결정전을 치렀다.
사실상 kt의 가을 야구가 시작된 1위 결정전부터 강백호는 '상황에 맞는 타격'으로 팀에 공헌했다.
삼성과의 1위 결정전에서는 0-0으로 맞선 6회초 2사 1, 3루에서 삼성 선발 원태인의 3구째 시속 147㎞ 직구를 밀어쳐 3루와 유격수 사이를 뚫는 1타점 적시타를 쳤다.
kt 선발 윌리엄 쿠에바스의 7이닝 1피안타 무실점 호투와 어울려, 강백호의 안타는 kt의 창단 첫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 짓는 결승타가 됐다. kt는 이날 1-0으로 승리하며 KS 직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강백호는 1, 2차전에서 8타석 연속 출루에 성공하는 등 이번 KS에서 12타수 6안타(타율 0.500), 5사사구, 1타점, 3득점으로 활약했다.
두산 투수들은 강백호를 견제했다. 강백호는 욕심내지 않고, 출루에 집중했다.
장타는 한 개도 나오지 않았지만, 출루율 0.647을 찍었다. 몸을 던지며 호수비도 펼쳤다.
이강철 감독은 "어떻게든 살아나가려는 백호의 모습을 보고 '정말 많이 컸다'고 생각했다"고 뿌듯해했다.
강백호는 빛나는 KS 우승 메달을 목에 걸었다.
개인 타이틀은 얻지 못했지만, 2021년 한국프로야구의 마지막 경기에서 활짝 웃었다. 강백호가 가장 바라던 엔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