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가 대대적인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롯데는 지난 5월 11일 허문회 감독을 경질하고 래리 서튼 퓨처스(2군)팀 감독을 새 1군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서튼 감독과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교포 2세 출신인 최현(행크 콩거) 배터리 코치가 수석 코치를 겸직했다.
롯데는 서튼 감독 부임 이후 5할 성적을 거뒀지만 결국 8위에 그치며 5강 진입에 실패했다.
극심한 투타 불균형에 발목을 잡힌 결과였다. 롯데는 올 시즌 팀 타율이 리그 1위(0.278)였던 반면 팀 평균자책점은 5.37로 리그에서 유일하게 5점대였다.
기존 투수진의 구위 향상을 돕는 것은 물론 젊은 투수를 육성해야 하는 과제가 롯데에 떨어졌다.
롯데는 이를 위해 미국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에서 풍부한 지도 경험을 갖춘 리키 메인홀드를 투수 총괄로 새롭게 영입했다.
올 시즌을 마친 뒤 이용훈 투수 코치가 사의를 표명하면서 메인홀드 투수 총괄이 자연스럽게 투수 코치를 맡게 됐다.
이에 따라 롯데는 기존의 라이언 롱 타격 코치와 더불어 감독에 이어 수석 코치와 투수 코치, 타격 코치까지 주요 보직을 모두 외국인 지도자로 채웠다.
외국인 지도자들의 선진 지도법을 1군에서 일관성 있게 적용할 수 있는 틀이 마련된 셈이다.
롯데의 방향성이 읽히는 대목은 또 있다. 롯데는 김평호 전 야구 국가대표팀 전력분석 코치가 1군 작전·주루·외야 코치로 새로 합류했다.
또한 KBO리그 역대 최다인 549도루를 기록한 전준호 전 NC 다이노스 코치를 영입해 2군 작전·주루·외야 코치를 맡겼다.
롯데는 지난 시즌 팀 도루 60개로 리그 최하위를 기록했다. 2018년과 2019년에도 각각 65개, 68개에 그쳐 10개 팀 중 가장 적었다.
기동력이 현저히 떨어지다 보니 잔루는 리그에서 가장 많은 1천178개에 달했다.
김평호 코치와 전준호 코치는 롯데가 지향하는 한 베이스 더 가는 야구, 적극적으로 뛰는 야구를 그라운드에서 구현해줄 적임자로 꼽힌다.
김평호 코치는 삼성 라이온즈 주루 코치 시절 2014년 김상수, 2015년 박해민 등 2명의 도루왕을 배출했다.
'대도' 전준호 코치는 '친정팀'에 복귀했다.
전 코치는 1991년 신인 드래프트 2차 2라운드로 롯데에 입단해 2009년 은퇴할 때까지 도루 549개를 기록, 역대 통산 1위에 올라 있다.
변화는 또 있다. 롯데는 이달 말부터 사직구장 그라운드를 확장하는 공사를 추진할 예정이다.
롯데는 좌우 펜스 거리가 95m로 짧고 가운데 담장도 118m에 불과해 홈런과 장타가 자주 나왔다.
롯데의 어린 투수들은 홈 경기 때 홈런이 두려워 도망가는 피칭을 하기 일쑤였다.
이런 환경에서는 투수 유망주들이 성장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롯데는 외야 펜스를 지금보다 더 높이고, 홈플레이트를 백스톱 쪽으로 이동시켜 타자 친화 구장에서 투수 친화 구장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올 시즌 마운드가 무너진 롯데로서는 약점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는 변화다.
구장이 커지는 만큼 외야수들의 수비 능력이 예전보다 훨씬 중요해졌다. 전준우, 손아섭 등 베테랑들이 주축이었던 외야 구성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넓은 외야를 커버할 수 있는 발 빠르고 강한 어깨를 가진 외야수들로 대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자유계약선수(FA) 외야수를 외부에서 데려오거나 외국인 타자로 외야수를 뽑을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되는 이유다.
화끈한 공격 야구의 대명사로 통했던 롯데는 내년부터 공격·수비·주루가 잘 어우러진 짜임새 있는 야구를 시도할 계획이다.
롯데의 대대적인 변화가 내년 시즌 어떠한 결실로 이어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