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개막 초반 고전했던 레프트 김정호(24·KB손해보험)가 서서히 제 기량을 회복하고 있다.
KB손보는 28일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삼성화재와의 남자 프로배구 2라운드 홈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1로 승리했다.
패장인 고희진 삼성화재 감독이 "지금껏 상대했던 KB손보가 맞나 싶을 정도로 정말 잘했다"고 칭찬할 정도로 KB손보의 경기력이 돋보인 경기였다.
KB손보는 리베로 정민수, 레프트 정동근의 안정된 수비 속에 '주포' 노우모리 케이타가 29득점, 공격 성공률 48.88%를 기록하며 변함없는 활약을 펼쳤다.
더 눈길을 끈 건 김정호의 득점 지원이었다.
김정호는 13득점, 공격 성공률 60%로 케이타를 든든하게 뒷받침했다.
1라운드 부진은 씻은 듯이 사라졌다. 김정호는 개막 초반 부진했다.
개막 후 3경기 연속 한 자릿수 득점에 그치며 구단의 고민을 깊게 만들었다. 코트보다 웜업존에 머무는 시간이 더 길 때도 있었다.
지난달 29일 대전 삼성화재전에서는 아예 코트에 서지 못하며 팀의 2-3 패배를 지켜봤다.
하지만 2라운드 시작 이후에는 전혀 다른 스토리가 전개됐다.
비로소 제 실력을 되찾은 김정호는 삼성화재와의 리턴매치에서 케이타에 이어 팀 내 두 번째로 많은 득점을 책임지며 설욕에 앞장섰다.
지난 24일 대한항공전에서의 15득점에 이은 2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이다. 공격 성공률 역시 2경기 연속 56%를 상회했다.
경기 후에 만난 김정호는 "시즌 초반에는 생각이 많았다. 자신감도 많이 떨어져 있었다"며 "하지만 전역 후 팀에 복귀한 (정)민수형과 케이타가 좋은 얘기를 많이 해준 게 도움이 많이 됐다. 내가 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세터) 황택의형에게 이제는 공을 많이 올려달라고 할 정도로 자신 있게 경기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케이타가 어떤 조언을 해줬느냐는 질문에는 "케이타가 '네가 KB손보 국내 선수 중에서 제일 잘하는데, 왜 이렇게 헤매는지 모르겠다. 다른 거 생각하지 말고 나랑 함께 뛰자'고 말하더라. 그 말 듣고 감동해서 울뻔했다"고 덧붙였다.
시즌 초반 계속된 부진에 방황하던 김정호는 정민수, 케이타의 애정 어린 조언에 마음을 다잡았다.
그는 "나는 왜 안 될까 하는 생각에 얽매였는데, 케이타와 (정)민수형 얘기를 듣고 보니 내가 별거 아닌 것 가지고 힘들어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동료들과의 대화를 통해 기운과 자신감을 얻을 정도로 KB손보의 팀 분위기가 그만큼 좋다는 의미도 된다.
김정호는 "우리 팀 선수들은 힘들면 같이 힘들어한다"며 "힘들어 보이는 선수가 있으면 밥 먹고 커피 마시면서 서로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KB손보는 이날 승리로 6위에서 5위로 한 계단 상승했다.
여전히 하위권이지만 1위 OK금융그룹(승점 18)과는 불과 승점 2차이다.
공교롭게도 다음 경기가 OK금융그룹전이라 내친김에 1위 자리도 노려볼만하다.
김정호는 "올 시즌에는 어느 팀을 봐도 우월한 전력을 가진 팀이 없다. 다들 전력이 비슷해져서 순위싸움이 더 치열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