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가 외국인 유격수 딕슨 마차도와의 동행을 포기하고 새로운 변화를 선택했다.
롯데는 지난 26일 구단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마차도를 비롯해 앤더슨 프랑코(투수)와 재계약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롯데는 "그동안 팀을 위해 헌신해준 마차도, 프랑코에게 감사를 전하며, 미래에 행운이 함께 하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고 밝혔다.
마차도도 개인 SNS를 통해 "지난 2년 동안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게 도와준 롯데 구단과 팬들에게 감사드린다. 팀 합류 첫날부터 집처럼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도와준 동료들에게도 고맙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 지난 2년 동안 롯데에서 쌓은 사람들과의 인연이 그리울 것"이라고 작별 인사를 전했다.
올 시즌 37경기에서 9승 8패 1홀드, 평균자책점 5.40에 그친 프랑코의 재계약 불발은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지만 마차도와의 결별은 예상하기 쉽지 않았다.
키 185㎝, 체중 86㎏의 체격을 갖춘 우투우타 유격수인 마차도는 넓은 수비 범위와 강한 어깨, 정확한 송구를 앞세워 롯데 수비의 핵심으로 거듭났다.
한국 무대 첫해였던 지난해에는 올스타 팬 투표에서 최다 득표자가 될 정도로 롯데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공격력에서는 두 시즌 평균 타율 0.279에 17홈런, 125타점으로 아쉬움이 없지 않았지만 신기에 가까운 수비력은 이를 상쇄하고도 남았다.
롯데가 대체 불가능한 자원으로 여겨지던 마차도와의 재계약을 포기한 이유를 알려면 먼저 마차도 영입을 결정한 2019년 11월로 시계를 되돌려야 한다.
당시 롯데는 손아섭, 민병헌, 전준우까지 외야 주전 3명이 확고했다. 전준우를 1루로 보내는 방안은 허문회 전 감독의 반대로 성사되지 않았다.
3루수는 한동희, 2루수는 안치홍, 지명타자는 이대호, 1루수는 정훈이 버티는 상황에서 외국인 타자를 기용할 수 있는 포지션은 실질적으로 유격수뿐이었다.
물론 공수를 겸비한 외국인 유격수를 영입하면 최선이었겠지만 외국인 연봉 상한선(100만달러)을 준수하면서 그런 선수를 데려오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이러한 모든 이유가 합쳐져 공격보다는 수비에 방점이 찍힌 마차도가 롯데로 온 것이다.
2020시즌이 끝나고 나서는 더더욱 마차도를 쓸 수밖에 없었다. 마차도는 2020시즌 144경기 전 경기를 출전했다. 국내 유격수를 전혀 키우지 못했다.
하지만 2021시즌이 끝난 뒤 상황은 달라졌다. 주전 우익수 손아섭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다. 중견수 민병헌은 은퇴를 선택했다.
또한 2021시즌 롯데는 마차도 외에 배성근이 14경기, 김민수가 2경기, 이주찬이 1경기를 유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출전 기회가 제한적이었고, 누구 하나 도드라진 활약을 펼치지는 못했지만, 유격수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실험은 어느 정도 진행됐다.
최근 입단 테스트를 통과한 박승욱과 트레이드설에 휩싸인 삼성 라이온즈의 유격수 이학주까지 선택지는 2년 전보다 늘어났다.
외국인 타자를 유격수로 쓸 수밖에 없었던 2년 전과 비교해 이제는 외국인 타자 포지션을 굳이 유격수로 고집할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게다가 롯데는 내년 시즌을 앞두고 사직구장의 외야를 확장하기로 했다. 이제는 외야수의 수비 능력이 예년보다 훨씬 중요해졌다.
결국 롯데는 새 시즌 팀에 가장 필요한 외국인 타자의 포지션과 유형이 어떤 것인지 고민했고, 그 고민의 결과가 바로 마차도와의 계약 포기였다.
마차도를 떠나보낸 롯데가 과연 새 외국인 타자로 누굴 데려올지 관심이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