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경질 더비'로까지 불린 벼랑 끝 대결에서 올레 군나르 솔셰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감독은 웃고, 누누 이스피리투 산투 토트넘 감독은 울었다.
맨유와 토트넘은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지난 한 주 동안 팬들의 입방아에 가장 많이 오르내린 팀이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라는 슈퍼스타를 품은 맨유는 기대보다 부진한 경기력을 보이며 4경기(1무 3패) 무승을 기록 중이었다.
특히 마지막 리버풀과의 라이벌 매치에서 0-5로 참패한 것은 팬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솔셰르 감독을 당장 경질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졌다. 솔셰르 감독이 현역 시절을 맨유에서 보낸 '레전드'라는 점은 이제 아무도 기억 못 하는 듯했다.
산투솔셰르 감독의 입지는 더 좁았다.
시즌 초반 꾸역꾸역 승리하던 토트넘은 최근 공식전 3경기 연속 패배를 당한 터였다.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 콘퍼런스리그 조별리그 경기에서 피테서(네덜란드)전, 정규리그 웨스트햄전, 카라바오컵(리그컵) 16강 번리전에서 모두 무기력한 플레이 끝에 0-1로 졌다.
산투 감독이 선수단 장악에 실패해 스타 선수들이 그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런 상황에서 토트넘과 맨유가 31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정규리그 10라운드 맞대결을 펼치게 됐다.
궁박한 두 사령탑 사정에 빗대 '경질 더비', '단두대 매치'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승자는 전술적으로 과감한 변화를 준 솔셰르 감독이었다.
솔셰르 감독은 3-4-1-2 전술을 꺼내 들었다. 올 시즌 처음으로 스리백 전술을 가동했다.
두터운 중앙 수비로 토트넘의 예봉을 막고, 좌우 윙백인 루크 쇼, 에런 완비사카가 공격 재능을 펼치도록 했다.
최전방에는 공존하기 어려워 보였던 두 베테랑 골잡이를 동시에 투입했다. 에딘손 카바니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노련한 플레이로 2골을 만들어 맨유의 3-0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에 산투 감독은 그대로 4-2-3-1 전술을 가동했다. 선발진용에도 큰 변화가 없었다.
토트넘의 유효슈팅은 90분 동안 '0개'였다. 맨유와 솔셰르 감독이 '완승'을 거뒀다.
솔셰르 감독은 경기 뒤 "(리버풀전 패배 뒤) 정말 힘든 일주일을 보냈다"면서 "이날 승리를 준비하면서 체력적, 정신적으로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물론 전술적으로도 변화를 줬다"고 말했다.
산투 감독은 "터무니없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앞으로 팀이 똘똘 뭉쳐 열심히, 더 열심히 뛰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