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0일 오후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SSG 창단식에서 구단주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앞줄 왼쪽 다섯 번째부터) 김원형 감독, 민경삼 SSG 랜더스 대표이사를 비롯한 선수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2021.3.30 [email protected] [연합뉴스 자료사진]
(인천=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프로야구 SSG 랜더스는 올 시즌 강력한 우승 후보 중 하나였다.
스토브리그에서 자유계약선수(FA) 최주환을 영입하면서 취약 포지션이었던 내야 전력을 끌어올린 게 신호탄이었다.
예상치 못한 구단 매각으로 팀 분위기가 흔들리는 듯했지만, 모그룹이 된 신세계그룹 이마트는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팀 분위기를 수습했다.
게다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를 호령하던 추신수를 영입하며 폭발력 있는 타선을 완성했다.
SSG 추신수가 3월 11일 오후 부산 사직구장에서 프로야구 롯데와 연습경기를 끝낸 SSG 선수단과 첫인사를 하면서 자신에게 등번호 '17번'을 양보한 이태양에게 시계를 선물하고 있다. 2021.3.11 [email protected] [연합뉴스 자료사진]
외국인 투수 두 명과 국가대표 선발 투수 문승원, 박종훈이 건재해 단숨에 우승 전력을 구축했다.
부상으로 2020시즌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거포 한유섬이 돌아왔고, 강한 불펜도 건재했다. SSG는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다.
새로운 사령탑이 된 김원형 감독은 특유의 '형님 리더십'으로 선수단을 이끌었다.
SSG는 5월까지 단독 1위 자리를 지키며 예상대로 돌풍을 일으켰다.
잘 나가던 SSG가 고꾸라진 건 한순간이었다.
박종훈이 5월 28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팔꿈치 통증을 호소한 뒤 전력에서 이탈했고, 6월 초엔 문승원마저 팔꿈치를 다쳤다.
두 선수는 미국에서 수술을 받고 나란히 시즌을 조기에 마감했다.
부상 악령은 SSG를 놔주지 않았다. 내복사근 부상으로 시즌 초반 한 달 넘게 개점 휴업했던 외국인 투수 아티 르위키는 복귀전에서 단 1이닝만 던지고 역시 한국을 떠났다.
SSG는 일주일 사이에 무려 3명의 선발 투수가 무너지는 최악의 상황을 겪었다.
또 다른 외국인 투수 윌머 폰트도 제 역할을 하는 건 아니었다. 그도 크고 작은 부상으로 1군 엔트리를 오르내렸다.
SSG는 선발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사방팔방 뛰어다녔다. 새 외국인 투수 샘 가빌리오를 급하게 영입했고, 독립리그까지 샅샅이 뒤지며 신재영을 데려왔다.
그러나 뻥뻥 뚫린 선발진을 메우기란 쉽지 않았다.
7월 한 달간 SSG는 3승 7패로 부진했고, 8월에도 4승 2무 9패의 성적을 거뒀다. 9월 승률도 5할을 밑돌았다.
무너졌지만, 포기하진 않았다. SSG는 말 그대로 버티기에 들어갔다. 타선과 불펜의 힘으로 끈질기게 버텼다.
오원석과 조영우로 3, 4선발 자리를 메우고 5선발 자리는 여러 선수가 돌아가며 막았다. SSG는 2020시즌 50이닝 이상을 던진 투수가 8명이었지만, 올 시즌엔 13명에 달했다.
구멍이 난 선발진의 빈자리를 모두가 함께 메운 것이다.
어찌 보면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5위 싸움을 펼친 건 기적과 같았다.
SSG는 정규시즌 최종전까지 사투를 펼쳤고, 선수들의 눈물겨운 도전을 팬들은 목청 높여 응원했다.
2021년은 아픔의 해였지만, 내년 시즌을 향한 희망을 발견한 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