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아리엘 미란다(32·두산 베어스)는 프로야구 2021년 정규시즌을 마친 뒤 "내 야구 인생에서 금메달을 딴 기분"이라고 말했다.
미란다는 초반 레이스에서는 '선두'에 서지 못했지만, 가장 높은 곳에서 시즌을 마쳤다.
2021년 KBO리그 최우수선수(MVP)는 미란다의 몫이었다.
미란다는 29일 서울시 강남구 임피리얼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쏠(SOL) KBO 시상식에서 MVP의 영예를 안았다.
2021년 일정을 마치고 출국한 터라,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했지만 자신의 이력서에 'KBO MVP'를 추가했다.
시즌 초 미란다가 KBO리그 스트라이크존에 적응하지 못하고 흔들릴 때, 김태형(54) 두산 감독은 "좋은 공을 가진 투수가 너무 소극적이다"라고 아쉬워했다.
두산 관계자들도 미란다에게 끊임없이 "자신의 공과 동료들을 믿으라"고 조언했다.
경기를 치를수록, 미란다는 자신 있게 공을 던졌다. 사인을 내는 포수, 등 뒤를 지키는 동료들에 대한 신뢰도 깊어졌다.
'정상 궤도'에 오른 5월 말부터 10월 중순까지는 투구 수가 많아도 6이닝을 채우고, 크게 흔들려도 실점을 3개 이하로 억제하는 견고한 투구를 했다.
미란다는 5월 26일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를 시작으로 10월 19일 삼성 라이온즈전까지, 19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QS·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달성했다.
워윅 서폴드(전 한화)가 보유한 외국인 투수와 권명철이 만든 OB 시절을 포함한 두산 투수의 연속 QS 기록(17경기)을 모두 뛰어넘은 신기록이었다.
미란다의 탈삼진 사냥 속도는 더 대단했다.
평균 시속 146㎞의 직구와 평균 시속 129㎞의 뚝 떨어지는 포크볼로 타자들을 압도한 미란다는 올 시즌 225개의 삼진을 잡아 고(故) 최동원 전 한화 이글스 2군 감독이 1984년 롯데 자이언츠에서 세운 전설의 기록 223탈삼진을 넘어섰다.
올 시즌 미란다는 28경기에 등판해 14승 5패 평균자책점 2.33, 225탈삼진을 기록했다.
다승 타이틀(공동 4위)을 놓쳐 KBO리그 외국인 선수 사상 첫 투수 트리플크라운(다승·평균자책점·탈삼진 1위)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탈삼진과 평균자책점 부문 1위에 올랐다.
공식 수상 부문은 아니지만, 미란다는 QS 공동 1위(21회), QS+(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단독 1위(12회)에 올랐다.
KBO 공식기록업체 스포츠투아이가 계산한 투수 부문 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WAR) 부문에서도 미란다는 6.67로 1위를 차지했다.
미란다는 "시즌 내내 함께 한 포수 박세혁, 장승현, 최용제에게 감사하다. 든든한 수비로 뒤를 지켜준 야수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하고 싶다"며 "두산 동료들 덕에 내 야구 인생에서 금메달을 땄다"고 말했다.
두산 야수들은 미란다가 등판하는 날에는 "선발 싸움에서는 우리가 우위를 점할 수 있다"며 자신감 있게 경기했다.
정규시즌 MVP 투표권을 쥔 취재진도 같은 생각이었다.
미란다는 점수제 투표에서 총 588점의 압도적인 지지로 MVP에 올랐다. 2위 이정후(329점·키움)과의 격차는 259점이었다.
투표에 참여한 115명 중 절반 이상인 59명이 미란다에게 1위 표를 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