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두산 베어스의 내야수 김재호(36)는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이다.
2004년 두산에 입단한 뒤 한 팀에서만 선수 생활을 이어가며 소속 팀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안정적인 수비력과 빠른 판단력, 큰 경기에서도 떨지 않는 강심장을 바탕으로 KBO리그의 대표적인 내야수로 이름을 날렸다.
올 시즌엔 89경기에서 타율 0.209로 부진한 성적을 거뒀지만, 김태형 두산 감독은 김재호를 와일드카드 결정전 엔트리에 포함했다.
그가 가진 경험을 높이 산 것이다.
그런 김재호는 가장 중요한 순간에 치명적인 실수를 두 번이나 저질렀다.
김재호는 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와일드카드 1차전 홈 경기 2-2로 맞선 8회 대수비 유격수로 출전했다.
경기는 숨 막히는 접전으로 진행됐다. 두산 불펜 투수 이영하는 이용규에게 좌전 안타를 허용해 무사 1루 위기에 놓였다.
그리고 후속 타자 김혜성과 풀카운트 승부를 펼쳤다.
투수가 볼을 던지면 볼넷이 되기 때문에 1루 주자 이용규는 무조건 뛰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김재호는 도루를 저지하기 위해 2루 커버를 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김재호는 김혜성이 타격할 때 2루 쪽으로 몸을 움직였고, 김혜성이 친 공은 김재호가 비운 자리를 통과해 좌익수 쪽으로 굴러갔다.
공식적인 기록은 좌전 안타로 남았지만, 김재호의 판단이 아쉬웠다.
김재호의 실수는 계속됐다.
김재호는 이어진 무사 만루 위기에서 키움 박병호의 좌익수 희생플라이 때 3루 커버에 들어갔다.
2루 주자 김혜성의 태그업을 막기 위한 것이었는데 송구를 잡지 못해 아웃카운트를 올리지 못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김재호는 허탈함을 느낀 듯 주춤했고, 그 사이 1루 주자 이정후가 2루까지 진루했다.
분위기는 순식간에 키움 쪽으로 넘어갔다.
반면 키움 야수들은 결정적인 순간에 호수비를 여러 차례 펼쳤다.
키움 변상권은 1-0으로 앞선 6회말 1사에서 정수빈의 안타성 타구를 안정적으로 잡아내 박수를 받았다.
7회말 무사 1루 위기에선 키움의 바뀐 좌익수 박정음이 몸을 날려 두산 양석환의 타구를 잡았다. 박정음은 펜스에 몸을 부딪친 뒤에도 송구까지 완벽하게 해냈다.
키움은 올해 정규시즌에서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108개의 팀 실책을 기록했고 두산은 세 번째로 적은 80개의 실책을 범했지만, 이날 경기에선 전혀 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