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위드 코로나로 인원 제한 없이 관람이 가능하다는 뉴스를 보고 올 시즌 처음으로 야구장에 왔어요."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 첫날인 1일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열린 서울 잠실구장에는 '구름 관중'이 몰렸다.
관중 입장 비율 제한 없이 좌석 대비 최대 100% 입장이 가능하게 되면서 그동안 TV 시청만으로 만족해야 했던 야구팬들은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들뜬 야구장 나들이에 나섰다.
특히 18세 이하 청소년은 백신 접종 여부와 상관없이 입장이 가능하게 되면서 청소년 자녀와 함께 경기장을 찾은 야구팬들이 많았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친구들과 함께 부랴부랴 야구장을 찾은 청소년들도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
중학생 아들과 함께 야구장을 찾은 두산 팬 김규석(40)씨는 "올 시즌 TV로만 프로야구를 시청했는데 위드 코로나가 시행됐다고 해서 리틀야구 선수인 아들과 함께 처음으로 야구장을 찾았다"면서 "아들이 TV로만 보던 야구 선수들을 실제로 볼 수 있다며 즐거워해 나도 기쁘다"고 말했다.
키움 팬인 친구들과 함께 야구장을 찾은 고등학생 윤지혜(17)양은 "수도권 4단계 격상 전 야구장에서 직접 관람한 뒤 5개월 만에 야구장에 왔다"면서 "학교 수업을 끝나자마자 친구들과 함께 바로 왔다. 키움이 이기면 내일도 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인원 제한 없는 관중 입장이 허용된 첫날인 만큼 야구팬들은 길게 늘어선 대기 줄을 감수해야 했다. 출입구에서 경기 티켓 대신 먼저 스마트폰에서 내려받은 디지털 백신 접종 증명서를 제시해야 입장이 허용되기 때문이다.
포스트시즌을 주관하는 KBO 사무국은 별도의 인원 제한 없이 좌석 대비 최대 100% 입장이 가능한 대신 모든 좌석을 코로나19 백신 접종자 구역으로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야구팬들은 야구장 입구에서 백신접종 완료 증명서(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나 48시간 이내에 발급된 PCR 음성확인서 또는 음성확인 문자통지서를 제시해야 입장이 가능하다.
한 명 한 명 백신접종 완료 증명서 확인 과정을 거치느라 입장 시간이 다소 지체되면서 야구팬과 구장 직원들 사이에서 작은 실랑이가 일기도 했다. 특히 KBO가 18세 이하 청소년 입장을 허용하면서도 신분증을 지참할 것을 고지하지 않으면서 입장에 애먹는 청소년 야구팬이 많았다.
신분증이 없는 청소년도 48시간 이내에 발급된 PCR 음성확인서나 음성확인 문자통지서를 제시하면 입장이 가능했지만, 이마저도 준비하지 못한 경우에는 아쉽게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일부 팬들은 "KBO가 신분증을 지참하라고 고지하지도 않아서 그냥 왔는데 입장이 안 된다고만 하면 어떡하냐"며 구장 직원들에게 따지기도 했다.
이 때문에 KBO도 구장 곳곳에 안전요원을 추가 배치하는 등 어느 때보다 긴장하는 모습이다.
KBO 관계자는 "관람석 관리 등 진행요원 140여명을 배치했다. 최대 30% 관중이 입장할 때의 인원 90여명보다 50명 정도가 더 투입했다"며 "QR 등 백신접종 여부를 알 수 있는 시스템은 이미 잘 갖춘 상태여서 관중 입장을 안내하는 요원은 많이 필요하지 않지만, 3배 이상 늘어난 관중의 안전을 위해 인원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위드코로나 시행과 함께 관중석에서 취식이 가능해진 것도 야구팬들에겐 또 다른 기쁨이다.
강바람에 기온이 13℃까지 떨어진 잠실구장 추위에 야구팬들은 삼삼오오 모여 준비한 음식들을 나눠 먹으며 경기를 관람했다. 잠실구장 내 치킨집 등 음식점에는 미처 음식을 준비하지 못한 야구팬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키움 이정후 팬이라는 박혜린(20)씨는 "인원 제한이 있던 때도 꾸준히 야구장을 찾았는데, 오늘은 관중석이 100% 개방된다고 해서 일찍 도착해 친구들을 기다리고 있다"면서"그동안 경기 중간에 배가 너무 고파서 힘들었는데 다행이다. 오늘은 5회쯤 치킨과 피자를 먹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두산 팬인 공모(37)씨도 "오랜만에 경기장에서 치킨 냄새가 나니 낯설기까지 하다"며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고민 끝에 결정을 내려준 방역 당국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잠실구장 내 상인들도 모처럼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잠실구장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장범(66)씨는 "오랜만에 많은 사람을 봐서 즐겁다. 식당 야외테이블 여기저기에 야구팬들이 앉아 있으니 마치 잔칫집 같은 분위기다"고 말했다.
잠실구장 내 한 치킨집 매니저는 "지난 1년 동안 영업을 하지 않다가 오늘 재개했다. 오늘 한 500세트 정도 팔릴 것으로 예상하고 준비했다. 잠실에서 경기가 열리는 준플레이오프까지는 비상 운영을 할 참이다"이라고 말했다.
구단들도 인원 제한 없는 관중 입장과 관중석 내 취식 허용이 프로야구 인기를 되살리는 '불씨'가 되기를 바랐다.
두산 관계자는 "야구장 내 취식은 야구를 즐기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취식이 불가능할 때도 야구장을 찾아주신 팬들은 정말 대단하다"며 "응원에 제한이 있긴 하지만, 팬들이 야구를 즐길 수 있는 환경에 더 가까워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