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외국인 투수 닉 킹험(가운데)이 2021시즌을 앞두고 미국 현지에서 계약을 마친 뒤 한화 김희준 스카우트(왼쪽)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오른쪽은 킹험의 아내. [김희준 스카우트 제공. 재배포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2021시즌을 앞두고 외국인 투수 닉 킹험(30)을 영입한다고 발표했을 때, 여론은 썩 좋지 않았다.
킹험은 2020년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서 2패 평균자책점 6.75의 저조한 성적을 남기고 퇴출당한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킹험은 2020시즌 초반부터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며 선발 등판을 미루다가 SK에서 방출된 뒤 수술대에 올랐다.
한화는 검증되지 않은 '실패한' 투수를 영입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아울러 돈을 아끼려고 퇴물을 영입했다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다행히 킹험은 팬들의 우려를 깨끗하게 씻었다.
한화 유니폼을 입은 킹험은 복근 부상 등으로 잠시 전력에서 이탈한 적이 있었지만, 25경기에 선발 등판해 10승 8패 평균자책점 3.19의 빼어난 성적을 올렸다.
특히 몸 상태를 끌어올린 7월 이후 15경기에선 평균자책점 2.72를 기록하며 에이스 역할을 했다.
한화는 일찌감치 킹험과 재계약 방침을 세웠다. 정민철 한화 단장은 "킹험은 부상이 없다면 매우 좋은 선수인데, 건강한 몸 상태를 후반기에 증명했다"며 "내년에도 킹험과 함께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사실 킹험이 부활한 배경엔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가 있다. 한화가 실력과 몸 상태에 물음표가 달려있었던 킹험을 영입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킹험의 계약을 주도했던 한화 김희준 스카우트는 최근 연합뉴스 통화에서 "킹험은 SK와 계약하기 전부터 봐왔던 투수"라며 "KBO리그에서 18승 정도는 할 수 있는 선수라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김 스카우트는 "킹험이 SK에서 팔꿈치를 다쳐 퇴출당한 것은 오히려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현지에서 알아본 결과, 킹험은 단순한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고 이에 우리 구단이 바로 영입해도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희준 스카우트는 구단에 킹험을 영입해야 한다고 설득했다.
구단 핵심 관계자들은 고심을 거듭한 끝에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로 했다.
그리고 여론의 우려를 무릅쓰고 킹험과 계약을 추진했다.
김 스카우트는 "돌이켜보면 구단에서는 쉽지 않은 결정을 해주신 것"이라며 "킹험이 기대만큼 좋은 모습을 보여 다행"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