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수비 잘한다고 해서 영입한 선수인데, 공격까지 잘해주네요."
프로농구 수원 kt 관계자가 2021-2022시즌을 앞두고 자유계약선수(FA)로 영입한 정성우(28·178㎝)를 두고 한 말이다.
kt는 2020-2021시즌 평균 득점 85.3점으로 10개 구단 중 최다였지만 실점도 86점으로 가장 많았다.
수비에 아쉬움이 있던 kt는 창원 LG에서 끈끈한 수비로 유명한 정성우를 FA로 데려왔다.
정성우도 2일 전화 통화에서 "서동철 감독님이 저의 그런 수비 에너지를 좋게 봐주셔서, 그런 수비에 대한 능력이 팀 전체적으로 좋은 영향을 주기를 바라셨던 것 같다"고 kt가 자신을 영입한 이유에 관해 설명했다.
그런데 '수비 대장'인 줄만 알았던 정성우가 알고 보니 '공수 겸장'이었다.
정성우는 이번 시즌 팀의 9경기에서 평균 13.2점, 4.3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지난 시즌 LG에서 4.8점, 1.9어시스트의 성적을 낸 것에 비해 득점과 어시스트 모두 2배 이상 좋아진 수치다.
kt가 '에이스' 허훈이 부상으로 1라운드에 출전하지 못했는데도 6승 3패로 2위에 오른 것은 정성우의 역할을 빼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사실 정성우는 FA 시장에서 원소속팀인 LG에 남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던 선수다.
지난해 8월 LG의 연고지인 경남 창원으로 아예 이사했기 때문이다. FA 시즌을 앞두고 원소속팀 연고지로 거처를 옮긴 정성우를 두고 주위에서 'LG에 남으려나 보다'라는 추측을 많이 했다.
정성우는 "연습도 창원에서 해야 하니 시즌 준비를 더 잘하자는 마음에 창원으로 이사를 서둘렀다"며 "아내가 먼 곳인데도 함께 와줘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세 계약 기간이 남았지만 다시 kt의 연고지인 경기도 수원으로 이사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2015-2016시즌 LG에서 신인왕까지 올랐던 정성우는 이번 시즌 공격력이 일취월장한 비결을 묻자 "워낙 kt가 공격력이 좋은 팀이라 저도 덩달아 잘 되는 것 같다"며 "감독, 코치님이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신 것도 크다"고 겸손하게 답했다.
'그래도 시즌 준비를 예전과 다르게 한 것이 있지 않겠느냐'고 재차 묻자 그제야 "비시즌 슈팅 연습을 더 많이 하기는 했다"며 "예전에는 수비에 집중하다가 오픈 기회가 나면 쏘는 정적인 슈팅을 주로 연습했다면 이번 시즌에는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 있게 올라가도록 움직이면서 던지는 슈팅 연습도 많이 했다"고 답했다.
슈팅 연습 개수도 하루에 들어가는 슛 500개씩 던지며 더 많이 늘렸다는 것이다.
사실 그는 상명대 재학 시절 팀의 에이스로 공수를 이끌었던 경력이 있는 선수다.
상명대 시절 정성우를 가르친 이상윤 SPOTV 해설위원은 "대학 때도 특히 돌파 능력이 좋았던 선수"라며 "단점이 있다면 수비 범위가 워낙 넓어 오히려 옆에 수비까지 신경을 쓴다는 점"이라고 칭찬 같은 지적을 했다.
이상윤 위원은 "성실하고 인성도 좋은 선수라 kt로 간다고 했을 때 kt가 이번 시즌 잘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말했다.
정성우는 10월 '친정' LG와 원정 경기에서 3점슛을 무려 7개나 터뜨리고 29점을 쏟아붓는 '인생 경기'를 했다.
그는 "아무래도 LG에서 오래 뛰어 경기장도 편하게 느껴졌다"며 "지금도 가끔 한 달 전 경기 영상을 보곤 한다"고 쑥스럽게 털어놨다.
LG 시절인 2018-2019시즌 오른쪽 새끼발가락 옆의 발 날에 화상 부위 치료가 잘못돼 한 시즌을 통으로 날리고, 병역도 면제가 될 정도로 크게 다쳤던 정성우는 "제가 LG에 있을 때 팀이 상위권이었던 시즌이 그때였는데 경기에 뛰지 못했다"며 "재미있게 이기는 농구가 하고 싶어 kt로 왔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 개인 목표를 '수비상'이라고 밝힌 정성우는 "2라운드부터 제가 막아야 할 선수에 대해 더 철저히 준비해서, 팀이 1라운드보다 1승이라도 더 하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고 다짐했다.
그에게 '1라운드 6승도 사실 적은 승수가 아니다'라고 말했더니 정성우는 "이기다 보니 이기는 욕심은 끝이 없어지는 것 같다"고 새 팀에서 '이기는 맛'을 제대로 알아가는 기분을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