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 '대행' 꼬리표를 떼고 정식 사령탑으로 첫해를 보내는 프로축구 대구FC의 이병근(48) 감독이 구단 새 역사를 지휘했다.
대구는 5일 막을 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1에서 3위를 차지했다.
이날 울산 현대와 최종전 원정경기에서 0-2로 졌지만, 승점 1차로 추격하던 4위 제주 유나이티드도 전북 현대에 0-2로 패해 대구가 3위를 지켰다. 리그 최종 성적은 대구가 승점 55(15승 10무 13패), 제주가 승점 54(13승 15무 10패)다.
3위는 2003년부터 K리그에 참가한 대구의 1부리그 역대 최고 성적이다.
2019년과 2020년, 2년 연속 파이널 A그룹에 진입해 5위에 오른 것이 대구의 종전 K리그1 최고 순위였다.
K리그1을 3위로 마무리하면서 대구는 내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플레이오프 출전권도 확보했다.
대구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ACL 무대를 밟는다. 이는 기업구단이 아닌 시도민구단으로는 K리그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2018년 대한축구협회컵(FA컵) 우승으로 2019년 ACL에 처음 출전했을 때 대구는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하지만 두 번째 참가한 올해는 플레이오프를 거쳐 16강까지 나아갔다.
(울산=연합뉴스) 김용태 기자 = 5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하나원큐 K리그1 울산 현대와 대구FC의 경기에서 대구 이병근 감독이 선수들에게 지시하고 있다. 2021.12.5 [email protected]
올해는 이병근 감독이 정식 사령탑으로 보낸 첫 시즌이다.
지난해 초 동계 훈련을 시작한 뒤 안드레(브라질) 전 감독이 재계약 협상에서 구단과 이견을 보이다 떠나면서 당시 수석코치였던 이 감독이 대행을 맡아 시즌 내내 팀을 이끌었다.
초반 시행착오를 극복하고 팀의 1부 최고 순위 타이기록을 남긴 이 감독은 정식 사령탑으로 2021년을 맞이했다.
그러고는 올해 대구의 순위를 두 계단이나 더 끌어올렸다.
물론 대구에게는 여전히 쉽지 않은 시즌이었다.
대구는 부상자들이 속출하며 개막 후 2무 3패 뒤 6경기 만에 첫 승리를 챙겼다.
이후 4월 17일 FC서울과 10라운드(1-0 승)부터 4경기 연속 득점포를 가동한 에드가를 앞세워 창단 후 첫 6연승을 질주하며 4위로 도약하고 본격적인 순위싸움을 벌였다.
시즌 막판에는 뜻하지 않은 악재도 덮쳤다. 정승원, 황순민, 박한빈이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어겨 논란을 일으켰고, 구단은 이들에게 잔여 경기 출전 정지라는 자체 징계를 내렸다.
그렇지 않아도 선수층이 얇아 선택지가 많지 않던 이 감독은 중앙수비수 김재우를 측면 수비수로 내세우는 등의 궁여지책으로 버텨냈다.
2018년 FA컵 우승과 2019년 첫 파이널 A그룹 진입, 2년 연속 5위에 이어 올해는 3위까지 오르는 등 대구는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성장해 만년 하위권 팀의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냈다.
이 감독은 5일 울산전 패배에 "준비한 것이 나타나지 않아 아쉽다"면서도 그리 기분 나쁜 모습은 아니었다.
그는 먼저 3위로 ACL 티켓을 확보한 데 대해 선수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했다.
"1년 동안 많은 일이 있었는데 잘 참고 이겨내 줘 대견스럽다"는 이 감독은 "시민구단으로서 재정적으로 열악하지만, 우리 선수들이 똘똘 뭉치면 이런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또 "매년 팀 성적이 좋아지고 ACL에도 연속해서 나가게 되는 등 우리가 한 단계 더 성장한 것 같아 감독으로서 보람을 느낀다"라고도 했다.
(광양=연합뉴스) 조남수 기자 = 24일 전남 광양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2021 하나은행 FA컵 결승 1차전 전남 드래곤즈와 대구FC 경기. 대구FC 선수들이 1-0 승리를 거둔 뒤 원정 응원을 펼친 팬들 앞에서 기뻐하고 있다. 2021.11.24 [email protected]
K리그1은 끝났지만, 대구의 올 시즌은 아직 끝이 아니다.
대구는 오는 11일 K리그2(2부) 전남 드래곤즈와 FA컵 결승 2차전 홈 경기를 남겨뒀다.
원정 1차전에서 1-0으로 승리한 대구는 3년 만의 대회 우승 꿈을 키우고 있다.
FA컵에서 우승하면 다음 시즌 ACL 본선 조별리그에 직행한다.
이 감독도 "여기서 멈출 수 없다"면서 "오늘 경기에서 부상 선수가 없어 다행스럽다. FA컵 결승에 모든 걸 쏟아부어 홈 팬들에게 멋진 우승으로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