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냉정한 프로의 세계'라는 말은 선수뿐 아니라 지도자에게도 적용된다.
팀을 우승시키거나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면 '명장' 대접을 받다가도 부진의 늪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면 지휘봉을 내려놔야 하는 게 프로 스포츠 감독이다.
2021시즌 프로축구 K리그1에서는 FC서울을 이끈 박진섭(44) 감독과 강원FC를 지휘하던 김병수(51) 감독, 두 명의 지도자가 시즌 도중에 팀을 떠나야 했다.
1년 전만 해도 박 감독은 될성부른 젊은 지도자로 통했다.
박 감독은 2018시즌 K리그2(2부 리그)에 있던 광주FC에서 감독으로 데뷔했다.
살림살이가 넉넉하지 못한 광주를 2019시즌 K리그2 우승팀으로 조련해내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박진섭 매직'은 계속됐다. 광주는 승격 첫 시즌인 2020시즌에는 K리그1 파이널A에 진출, 역대 최고 성적인 6위로 시즌을 마쳤다.
반년 가까이 정식 사령탑 공백을 메우지 못하던 FC서울이 2021시즌을 앞두고 박 감독에게 영입 제의를 했다.
박 감독은 광주와 계약이 1년 남아있었지만, '명가'에서 더 큰 도전에 나서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잘못된 만남'이었다.
서울은 6라운드까지 4승 2무를 기록하며 순조롭게 출발하는 듯했으나, 7라운드부터 12경기(5무 7패) 연속 무승의 늪에서 허우적거렸다.
서울은 여름 이적시장에서 유럽파 출신 공격수 지동원과 K리그에서 뛴 경력이 있는 호주 출신 수비수 채프만을 영입하며 반전을 모색했다.
그러나 승점은 여전히 더디게 쌓였고, 결국 최하위까지 내려앉았다.
여름을 지나자 '부상 악령'까지 서울과 박 감독을 괴롭혔다.
9월 5일 전북 현대와 16라운드 순연 경기 출전 명단에 박 감독은 22세 이하(U-22) 선수를 8명이나 적어 넣었다.
당시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초췌한 안색의 박 감독은 "부상자가 너무 많아서 이게 나올 수 있는 전체 선수들이었다"고 털어놨다.
이 경기에서 서울은 난타전 끝에 3-4로 졌다.
그리고 서울 구단은 다음날 박 감독이 자진 사퇴했다고 발표했다. 취임 9개월 만이었다.
서울 프런트들은 박 감독을 두고 "그렇게 '젠틀'하게 선수들과 구단 직원들을 대하는 감독은 처음 봤다"고 입을 모은다.
선수들은 그들과 눈높이를 맞추며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박 감독에게 '성적'으로 화답하고자 노력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하지만, 서울과 박 감독은 '인연'이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박 감독과 결별하고 안익수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맞은 서울은 뒷심을 발휘해 잔류에 성공하고 7위로 시즌을 마쳤다.
강원FC를 이끌던 김병수 감독도 시즌 도중에 지휘봉을 내려놨다.
김 감독은 2018년 8월 강원 사령탑에 올라 세밀하고 아기자기한 플레이를 추구하는 이른바 '병수볼'로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김 감독의 강원 축구는 재미는 있었으나 기대한 만큼 승점을 쌓지는 못했다.
김 감독이 지휘한 4시즌 동안 강원이 파이널A(상위 스플릿)에 오른 것은 2019시즌 한 번뿐이다.
올 시즌에는 거듭된 부진 속에 강등권까지 내려앉았다.
성적이 부진한 가운데 7월 김 감독이 박효진 수석코치를 폭행하는 사건이 터지면서 선수단 분위기까지 뒤숭숭해졌다.
지난달 3일 포항 스틸러스와 원정 경기에서 0-4 대패를 당하자 강원 구단은 결국 김 감독을 해임했다.
강원은 지난해까지 FC서울을 이끌던 최용수 감독을 신임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11위로 정규리그를 마치며 '다이렉트 강등'을 면한 강원은 K리그2 대전하나시티즌과 승강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