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프로야구 LG 트윈스 선수들은 8월 중순부터 모자에 '46'을 새기고 경기를 치렀다.
46은 무릎 부상으로 재활 중인 베테랑 우완 송은범(37·LG)의 등 번호다.
4일 시작하는 두산 베어스와의 준플레이오프(준PO)에서도 LG 선수들은 송은범의 번호를 모자에 새기고 뛴다.
송은범은 3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뭉클했다. 같이 뛸 수 없는 상황이지만, 나도 함께 뛰는 기분이었다"고 고마워했다.
그는 수술을 받고, 재활 훈련에 매진하면서도 LG 동료들을 열심히 응원했다.
준PO를 앞두고는 동료들을 응원하는 마음이 더 커졌다.
송은범은 "LG에는 마음을 잘 다스리면 더 잘할 수 있는 젊은 선수들이 많다"며 "단기전에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지만, 자신 있게 경기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특히 함께 생활한 불펜 투수들을 향해 "다들 좋은 공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공을 믿고, 야수들을 믿으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응원의 강도를 높였다.
송은범은 8월 14일 서울시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경기 9회초에 등판해 김재유를 땅볼로 유도한 뒤 공을 잡으러 뛰어가다가 오른쪽 무릎을 다쳤다.
타자와의 충돌을 피하려다가 무릎에 무리한 힘을 줬다.
송은범은 곧바로 쓰러졌고, 통증을 호소했다.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된 송은범은 응급 치료를 받은 뒤, 구단 주치의의 최종 진단을 기다렸다. 결론은 수술과 재활이었다.
오른쪽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된 송은범은 8월 30일 수술을 받았다.
예상 재활 기간은 1년이었다. 그러나 송은범은 재활 시계를 빠르게 당기고 있다.
송은범은 "부상을 당하자마자 '빨리 수술하고 빨리 재활 훈련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며 "낙담하고 있는 시간마저 아까웠다"고 떠올렸다.
그의 의욕에, 몸도 반응했다.
송은범은 "지금 걷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 수술한 오른쪽 다리 근력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내년 2월 스프링캠프에 정상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 것 같다. 정규시즌 개막에 맞춰 몸 상태를 100%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할 수 있다"고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2003년 SK 와이번스(SSG 랜더스 전신)에 1차 지명으로 입단해 프로 생활을 시작한 송은범은 2011년 시즌 종료 뒤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은 것을 제외하면, 큰 부상 없이 열아홉 시즌을 치렀다.
송은범은 "선수 생활을 하면서 이렇게 오래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는 건 처음"이라면서도 "몸 상태가 점점 좋아지고 있다. 내년에는 꼭 시즌을 완주하겠다"고 의욕을 드러냈다.
LG 동료들과 포스트시즌을 치르지 못하는 건 아쉽다.
젊은 투수가 많은 LG로서도, 큰 경기 경험이 많은 송은범의 부재가 뼈아프다.
송은범은 포스트시즌에서 선발, 중간, 마무리를 모두 경험하며 23경기 4승 3패 1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1.90으로 활약했다. 47⅓이닝을 던지는 동안 안타 37개를 내주고 12실점(10자책) 했다.
올해 두산을 상대로도 4경기 5⅔이닝 6피안타 1실점, 평균자책점 1.59로 잘 던졌다.
송은범은 "올해는 LG 후배들을 응원하겠다. 치열하게 정규시즌을 치렀으니, 가을 잔치에서 보상받았으면 한다"며 "내년에는 꼭 LG 동료들과 함께 포스트시즌을 치르고 싶다. 할 수 있다"고 다짐하듯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