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1 파이널A 최종 38라운드에서 우승을 확정한 전북 현대 선수들이 김상식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 2021.12.5 [email protected]
(전주=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사령탑 데뷔 시즌 프로축구 전북 현대의 통산 9번째 K리그1 우승을 지휘한 김상식(45) 감독은 "선수 때보다 감독으로 우승한 오늘이 더 기쁩니다"라고 감격했다.
전북은 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 유나이티드와 하나원큐 K리그1 2021 파이널A 최종 38라운드에서 후반전 한교원과 송민규의 연속골을 앞세워 2-0으로 승리, 우승을 확정했다.
전북에서 선수, 코치, 감독으로 모두 우승을 경험한 것은 김 감독이 최초다.
K리그의 약체였던 전북은 '선수' 김상식을 영입한 직후인 2009시즌 첫 K리그 우승을 일궜다.
김 감독은 이를 포함해 선수로 2차례, 코치로 6차례 우승을 경험했다. 그리고 지휘봉을 잡은 올해 우승까지 달성했다.
김 감독은 "때로는 질책을 받으면서 힘든 한 해를 보냈다. 그런 힘든 시간이 우승을 가져다준 것 같다"면서 "마음이 시원하다. 선수 때보다는 감독으로서 우승한 오늘이 더 기쁘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수훈 선수로는 중앙수비수이자 주장인 홍정호를 꼽았다.
김 감독은 "부상 없이 팀을 잘 이끌어 준 홍정호를 수훈 선수로 꼽겠다. 최철순, 이용 등 다른 고참 선수들에게도 고맙다"면서 "이들이 희생하니, 모두가 팀을 위해 희생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 감독과의 일문일답.
(전주=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1 파이널A 최종 38라운드에서 우승을 확정한 전북 현대 선수들이 김상식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 2021.12.5 [email protected]
-- 우승 소감은.
▲ '설레발' 같아서 특별히 우승 소감을 준비하지 않았다. 팬들 앞에서 좋은 경기 펼쳐서, 우승이 팬들께 특별한 선물이 된 것 같아서 기쁘다.
-- 선수, 코치, 감독으로 모두 우승을 경험했다. 이중 가장 기쁜 우승은 뭔가.
▲ 5연패를 이루지 못하면 안 된다는 부담을 안고 시즌을 시작했다. 좋지 못한 경기력을 보일 때도 있었다. 때로는 질책을 받으면서 힘든 한 해를 보냈다. 그런 힘든 시간이 우승을 가져다준 것 같다. 마음이 시원하다. 선수 때보다는 감독으로서 우승한 오늘이 더 기쁘다.
-- 전북 소속 선수, 코치, 감독으로 모두 우승한 것은 처음이다. 이제 구단 레전드가 된 것 같다.
▲ 2009년 이동국과 처음 전북에 왔을 때가 생각난다. 우승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함께 우승을 만들어나갔다. 올해 이룬 팀 통산 9번째 우승과 리그 5연패는 전무후무한 기록이 될 수 있다.
선수로, 또 감독으로 모든 우승의 순간에 함께해 기쁘다. 박지성 위원, 구단과 힘을 합쳐서 K리그를 넘어 아시아 최고의 팀으로 발전시키는 게 주어진 숙제인 것 같다.
-- 올해 7경기 연속 무승 등 힘든 시간도 있었다.
▲ 전북은 4-0, 5-0으로 이기면 주변에서 당연하게 여기고, 0-1로 지면 '졸전 끝에 비겼다', '전북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 같은 소리를 듣는 팀이다. 그게 힘들었고, 선수들도 그랬다. 어떻게 하면 팀을 잘 이끌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 마무리가 잘 됐으니 이제 힘들었던 시간은 잊혀질 것 같다.
-- 최고 수훈 선수를 꼽아달라.
(전주=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1 파이널A 최종 38라운드 전북 현대와 제주 유나이티드의 경기. 전북 김상식 감독이 작전을 구상하고 있다. 2021.12.5 [email protected]
▲ 부상 없이 팀을 잘 이끌어 준 홍정호를 수훈 선수로 꼽겠다. 최철순, 이용 등 다른 고참 선수들에게도 고맙다. 이들은 경기에 못 나갈 때도 후배들을 챙기면서 팀을 위해 희생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들이 희생하니, 모두가 팀을 위해 희생했다.
-- 선수, 코치 시절 여러 감독으로부터 지도를 받았다. 가장 큰 영향을 준 감독은.
▲ 최강희(전 전북·현 상하이 감독) 감독과 김학범(전 성남 감독) 감독, 두 명장이 나를 만들어줬다. 두 분은 장단점이 있다. 그중 장점만 잘 배워서 팀을 잘 이끌어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
-- 준우승해야 한다면 초보 감독인 올 시즌이 '적기'였다. 그런데 덜컥 우승해버렸다. 내일부터 부담이 더 커질 것 같다.
▲ 일단 오늘만 즐거우면 된다.(웃음) 5연패 못 이루면 얼굴을 들지 못할 거로 생각했다. 우승 확정 뒤 울분의 댄스를 춘 것도 그 때문이다. 내년 일은 내년에 생각하겠다. 일주일만 쉬겠다. (웃음)
우리 선수들이 지난 10여년, 9번의 우승을 일궈냈다. 이제 앞으로 10년 동안 전북을 이끌어 갈 선수를 영입해야 한다. 그것 또한 나의 몫이다. 박지성 위원, 구단과 잘 상의해 내년 준비 잘하겠다.
-- 우승한 뒤 '지성과 상식이 통했다' 플래카드를 들고 경기장을 돌았다.
▲ 백승호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그런 플래카드를 많이 봐서 정겹게 느껴졌다. 오늘 우승으로 그런 일(백승호 영입 논란)도 잊히는 것 같다.
-- 감독상 욕심이 있나.
▲ 솔직히 욕심 없다. 우승 메달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하게 생각한다.
-- 울산의 반격을 전북이 매년 이겨내고 있다. 그 원동력은.
▲ 우리 선수들이 '우승의 맛'을 알기 때문이다. 먹어 본 사람이 맛있는 음식을 찾아가는 것처럼 말이다. 그게 '우승 DNA'다. 홍명보 울산 감독이 우리와 라이벌 관계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것 같다. 울산과 비교해 보자면 전력과 전술, 선수들의 자세 등에서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두 팀의 선의 경쟁이 K리그 흥행과 발전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
-- 앞으로 일주일 동안 쉰다고 했는데, 뭘 하며 쉴 생각인가.
▲ 사실 쉬지도 못한다. 8일부터 P라이센스 교육을 받는다. 곧 결혼기념일인데 가족도 챙기면서 휴식을 취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