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배구 코트 위에 '즐거운 물세례'가 이어진다.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에서는 '생애 처음으로 수훈 인터뷰'를 하는 선수에게 물을 뿌리는 세리머니가 유행하고 있다.
신예 선수들은 "수훈 선수 인터뷰가 프로 첫 목표"라고 말하고, 선배들은 목표를 달성한 후배에게 잊지 못할 기억을 선물한다.
물세례와 함께 등장하는 신예 선수들은 베테랑 세터 조송화(28·IBK기업은행)의 무단이탈 후폭풍으로 어지러운 프로배구 여자부에 활력소가 되고 있다.
흥국생명 루키 정윤주(18)는 1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페퍼저축은행과의 홈경기에서 개인 최다인 20점(종전 15점)을 올리며 팀의 세트 스코어 3-1(26-24 25-18 23-25 25-14) 승리에 공헌했다. 흥국생명은 6연패 늪에서 벗어났다.
경기 뒤 정윤주는 수훈 선수 인터뷰를 했고, 흥국생명 선배들은 정윤주 근처에 모여 '물세례'를 준비했다.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정윤주의 머리 위로 물이 쏟아졌다. 그렇게 정윤주는 '첫 목표 달성의 기쁨'을 만끽했고 "신인왕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했다.
정윤주는 드래프트 2라운드 3순위로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은 신인 레프트다.
백업 멤버였던 정윤주는 박미희 감독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11월 26일 현대건설전에서 첫 선발 출전 기회를 잡고 개인 첫 두 자릿수 득점(15점)을 했다.
두 번째 선발 출전 경기였던 페퍼저축은행에서는 20득점으로 '수훈 선수'가 됐다.
11월 30일 장충체육관에서는 '2년 차 세터' 김지원(20·GS칼텍스)이 '첫 물세례'를 받았다.
김지원은 이날 KGC인삼공사전에 '선발 세터'로 출전해 중앙 속공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며 팀의 세트 스코어 3-0(25-17 25-22 25-15) 완승을 이끌었다.
경기 뒤 처음으로 수훈 선수 인터뷰를 한 김지원은 선배들이 뿌린 물에 흠뻑 젖고도 환하게 웃었다.
김지원은 "프로 입단 후 세운 첫 목표가 수훈 선수 인터뷰였다. 오늘(11월 30일) 꿈을 이뤘다"고 말했다.
2020-2021시즌을 앞두고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GS칼텍스에 지명된 김지원은 2020년 12월 훈련 중 오른쪽 발목 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을 당했다.
김지원은 프로 첫해 단 8경기만 뛰고, 재활을 시작했다.
차상현 감독은 부상을 털어낸 뒤 복귀한 김지원이 급격하게 성장한 모습을 보고 '국가대표 세터' 안혜진(23)과 김지원을 고르게 활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김지원이 선발 출전하고, 안혜진이 교체 출전하는 구도를 이어가고 있다.
김지원은 "더 노력해서 흔들리지 않는 세터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중고 신인' 이윤정(24·한국도로공사)도 이번 시즌 V리그를 빛내는 새 얼굴이다.
2015년 수원전산여고를 졸업하고 프로가 아닌 실업팀 수원시청에 입단한 이윤정은 2021-2022 드래프트(2라운드 2순위)를 통해 도로공사에 입단했다.
이윤정은 11월 21일 인삼공사전부터 주전 세터 역할을 하고 있다.
서브를 넣기 전 고개 숙여 인사하는 모습도 화제를 모을 만큼 팬들에게 이름도 알렸다.
이윤정은 V리그 여자부 사상 최초로 '중고 신인왕'에 도전한다.
이윤정은 "열심히 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라며 차분하지만, 당찬 포부를 밝혔다.